베트남 독립 이끈 '호찌민' 다시보기

입력 2013-06-15 08:00:00

왜 호찌민인가?/송필경 지음/에녹스 펴냄

한 개인의 역사가 그대로 베트남 독립운동사이자 건국 이야기인 사람. 베트남의 국부 호찌민 주석에 대한 이야기다. 치과의사이면서도 환경운동연합을 통한 사회활동은 물론 베트남평화의료연대 대표를 맡아서 열정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 송필경이 보는 베트남과 베트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베트남을 사랑한다. 베트남 사람들을 사랑하고, 세계열강의 침략에도 굴하지 않고 물리치고 그들만의 통일을 이룩해낸 베트남의 역사를 사랑한다.

저자는 베트남에 대한 역사학자적인 앎을 전달하는 것이 이 책을 쓴 목적이 아니라고 했다. 그보다는 베트남 사람들의 위대한 독립과 민족통일의 과정에 대한 느낌을 담고자 했다. 그의 말처럼 베트남 인민은 100여 년에 걸쳐 프랑스와 일본 그리고 미국이라는 제국주의와 처절한 투쟁 끝에 '민족의 독립과 자유'를 쟁취해냈다. 그 연장 선상에서 저자는 우리 국민 다수가 '베트남 전쟁의 참전을 맹목적인 애국심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현실'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책은 8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첫 머리는 '베트남 단상'으로 시작한다. 이어 베트남의 역사를 소개한다. 침략을 물리친 항쟁의 역사다. 그다음으로는 오늘의 베트남 현대사를 있게 만든 사람, 호찌민의 흔적으로 찾아가는 이야기다. '호찌민의 고향'과 '호찌민 기념관'을 찾는다. 호찌민의 고향과 기념관에서 민족 지도자 호찌민, 사상가 호찌민, 인간 호찌민의 흔적들을 돌아본다.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 미국, 중국, 스위스, 이탈리아 등을 돌아다니며 넓힌 견문과 지식은 그를 세계와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지도자로 성장시켰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호찌민 주석은 베트남어를 포함해 7개국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 호찌민을 이야기하면서 주목할 만한 책이 바로 '옥중일기'이다. 저자도 이 책에 대한 설명을 길게 하고 있다. 옥중일기는 호찌민이 1942년 중국 국민당 군에게 체포돼 13개월간의 옥살이를 하는 동안 쓴 한시 134편을 모은 것이다. 권두시는 이렇다. "이 몸은 비록 옥중에 갇혀 있지만 정신은 결코 감옥에 구속되지 않네 큰 일을 하려면 정신을 더욱 크게 가져야지." (身體在獄中 精神在獄外 欲成大事業 精神更要大)

저자는 이 책에서 베트남 독립선언 현장을 되돌아본다. 1945년 9월 2일 베트남은 독립을 선언했다. 호찌민 주석은 자신이 직접 쓴 베트남 독립선언을 수십 만의 군중 앞에서 발표했다. 그 끝말은 이랬다. "베트남 인민 모두는 몸과 마음을 다하여 생명과 재산을 희생하더라도 자유와 독립을 수호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묘하게도 호찌민 주석은 그로부터 꼭 24년 뒤 같은 날인 1969년 9월 2일 영면에 들었다.

저자는 이어 베트남의 대불, 대미 항전의 현장을 방문한다. 그 첫 번째 행선지가 하노이 시내에 있는 군사 역사박물관이다. 미국의 부도덕한 전쟁의 흔적이 가득한 곳이다. 남부의 중심도시 호찌민에도 비슷한 이름의 시설이 있다. 호찌민 주석의 이름을 따 사이공이라는 도시 이름을 바꿨다. 그다음 행선지는 1954년에 일어난 대불 항전의 종지부를 찍은 디엔비엔푸 전투의 현장이다. 하노이에서 직선거리로 300km 떨어져 있고 길로 가면 500km 이상 떨어진 오지. 부실한 도로 여건으로 버스로 가면 2박3일이 걸리는 곳이 디엔비엔푸다. 2천 년 동안 계속돼 온 중국의 침략을 끈질긴 항전을 통해 물리친 베트남의 역사적 전통을 계승한 빛나는 승리였고 그것이 대미 항전 승리로 이어져 1975년 4월 30일 베트남 통일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403쪽. 1만5천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