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이류들의 반란

입력 2013-06-10 07:44:56

안무자 C씨가 올해 정기공연에 혜원 신윤복을 소재로 무용을 한다고 대본시를 부탁했다. 신윤복이 영'정조 시대에 단원 김홍도와 더불어 풍속화를 그린 화가 정도로만 알았지 왜 단원이 아닌 혜원을 소재로 춤을 기획했는지 의아해했다. 또 혜원의 작품세계나 그가 살아온 삶의 흔적에 대하여 몰랐다. 때문에 미리 시를 쓸 자료를 수집하고 그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본 결과, 안무자가 왜 그의 작품을 춤의 대상으로 선정했는가를 이해할 것 같았다. 혜원의 그림에서 풍겨 나오는 분위기, 붓 선의 움직임, 소재와 소품은 한국무용의 춤들과 너무 닮아 깜짝 놀랐다.

혜원은 유교문화의 억압과 금기를 깨고 예술적 담대함을 표현한 시대의 이단아였다. 대낮에 아랫도리를 벗는 여자, 윤회적 유흥, 담장 밑의 러브신 등 당시 억압된 성을 밖으로 표출하여 단조로운 그림의 소재를 확장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안무자의 의도도 아마 한국 춤의 단조로운 악가무(樂歌舞)의 한계에서 벗어나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기 위한 궁여지책에서 혜원의 그림을 춤의 소재로 선택한 것 같다. 혜원은 단원의 제자 격이지만 천재인 단원에 밀려 당대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단원은 영조 때 태어나 열 살 때부터 이미 천재화가로 이름을 날렸고, 임금의 총애를 한몸에 받았다. 또, 국가 그림사업에서 대부분 책임자가 되어 전국을 일주하면서 그림을 그려 임금님께 올렸다. 일본에까지 가서 풍속화를 그려 일왕에게 바치는 영광을 누렸다.

혜원은 단원을 뛰어넘기에는 당대에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는 인간의 내면세계에 존재하는 성을 밖으로 표출하는 대담성으로 단원에 버금가는 화가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킬 수 있었다. 우리 사회는 젊은 날 자격시험에 한 번 합격하면 평생 호의호식하는 소위 페널티가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또 한 번 실패한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 사회가 지속되고 있다. 다행히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의 기치를 내걸고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준단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처럼 창조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든단다. 이번 정부에는 예전에 일류(SKY, 서울'연세'고려) 대학에 떨어져 후기대학인 S(성균관)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많이 발탁됐다. 눈물 젖은 빵도 먹었고, 이류도 경험한 그들이 일류보다 더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많은 이류들이 성장할 토대가 넓어질 것이다. 이들 이류들의 반란이 좋은 리더의 본보기가 되기를 바란다.

최 규 목 시인 gm3419@daegu.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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