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누리당과 '전두환 추징법'

입력 2013-06-08 07:05:14

조세 피난처의 유령 회사를 통한 역외 탈세 문제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6월 임시국회에서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가 유령 회사를 운영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전두환 미납 추징금 환수'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여야는 역외 탈세 진상 조사 등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지만, '전두환 추징법'에 대해서는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입법을 주도하고 있는 '전두환 추징법'은 대통령이나 국무위원 등 전'현직 최고위 공무원이 법규를 악용, 추징금을 내지 않고 불법 재산을 형성하는 것을 방지하려고 현행 공무원 범죄의 몰수'추징 제도를 개선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추징 시효를 현재 3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추징금으로 내야 할 불법 재산을 자녀 등에게 몰래 증여했을 때 이를 곧바로 추징할 수 있게 하고 이마저도 안 되면 강제 노역을 시키자는 내용 등이 핵심이다. 이 법을 현 상황에 적용한다면 당장에라도 미납 추징금 징수가 가능해진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법을 통해 사회 정의를 실현하자는 데 공감하면서도 '전두환 추징법'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유기준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형벌을 변경해 소급 적용하게 되면 피고인 또는 피해자에 불이익을 가져오게 돼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두환 추징법'은 전 전 대통령의 사례에서 보듯 현행법 허점을 막아 추징금 미납 사태를 근본적으로 없애자는 데 목적이 있다. 법리적 검토를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법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충분한데도 새누리당이 소극적 자세를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전 씨의 추징금 공소 시효가 10월 11일까지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검찰 수사와 별도로 국회가 나서야 할 상황이다.

전 씨는 대통령 재직 시절 기업인들로부터 수천억 원의 불법 자금을 챙겼을 개연성이 크다. 출처가 불분명한 자녀들의 재산이 막대하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데도 전 전 대통령은 재산이 29만 원밖에 없다며 1천672억 원의 추징금을 내지 않고 있다.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추징금을 환수하지 못하고 그 일가가 검은돈을 대물림하며 호의호식하는 것을 내버려둔다면 우리 사회에 정의가 설 자리는 없게 된다. 새누리당이 이를 외면하려다가는 5공의 후신이라는 의구심만 키우게 될 뿐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미적대지 말고 '전두환 추징법' 제정에 함께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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