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자유주의가 불평등하다고?…『시장이 진보다』

입력 2013-05-25 07:28:22

신자유주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정치인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신자유주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정치인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철의 여인'의 한 장면.

시장이 진보다/백광엽 지음/한경BP 펴냄

시장과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책이 출간됐다. 책 '시장이 진보다'는 세계 각국의 시장 구조와 역할, 현재 상황을 분석하며 '성장하는 시장만이 우리 시대의 최대 진보이며, 가장 이상적인 경제체제'라고 말한다.

빈부격차 확대, 중산층 붕괴, 1%를 위한 99%의 희생, 선진국의 무차별적 공세로 후진국 피폐 등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2011년 10월 미국에서 발생한 '아큐파이 운동'(Occupy Wall Street!:월가를 점령하라!) 때는 '마르크스가 옳았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시장'을 부정하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소득 상위 1%에 대한 비판은 급기야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자본주의는 생명을 다했으며, 시장경제는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고, 부자 국가가 가난한 국가를 통제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시장은 과연 빈부격차를 강화하고, 중산층을 몰락시키며, 부자가 가난한 자를 착취하는 시스템일까. 시장은 1%만을 위해 복무하고, 나머지 99%를 차별하며, 가난한 자를 더욱 가난하게, 가난한 국가를 더욱 가난하게 하는 구조일까.

양극화 정도를 판단할 때 자주 쓰는 지표로 지니계수와 소득 5분위 배율, 빈곤율 등이 있다. 이 중 지니계수가 불평등 정도를 숫자로 보여주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다. OECD 34개국 중 미국의 지니계수는 0.378(2008년 현재)로 OECD 평균인 0.314보다 훨씬 높고, 불평등이 심한 수준인 0.4에 다가서고 있다. 미국 사회의 불평등 수준이 높다는 주장이 사실인 것이다.

그러나 OECD 국가 중 미국보다 불평등이 심한 나라는 칠레와 멕시코, 터키뿐이다. 이들 3개 국가는 심각한 불평등 수준으로 간주되는 0.4를 웃돈다. 그러나 OECD 국가의 44%에 해당하는 15개국은 지니계수가 0.3 미만으로 불평등 문제가 크지 않은 국가로 간주된다. 선진국의 절반이 소득 불평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탄자니아, 카메룬, 스리랑카, 가나, 카타르, 우루과이, 필리핀, 우간다, 불가리아,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 케냐, 과테말라, 볼리비아, 온두라스, 콜롬비아 등은 지니계수가 0.4를 넘어섰으며 0.6에 육박하는 국가들도 많다. 지니계수가 0.4를 넘으면 양극화가 심각한 국가로 분류된다. 이 같은 자료는 시장 시스템의 발달이 빈부격차를 심화시킨다는 주장과 배치된다. 오히려 자본주의 발전이 빈부격차 해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또 하나의 비판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미명 아래 개도국 시장을 강제로 개방시키며, 이를 통해 경쟁우위를 고착화한다는 시각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과 개도국 간 부의 격차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은 2011년 GDP 규모에서 영국을 제치고 세계 6위에 올랐다. 브라질을 키운 힘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었다. 브라질 경제를 살렸다고 평가받는 페르난도 카르도주 대통령과 그 뒤를 이은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둘 다 골수 좌파였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뒤 두 사람은 자본시장 개방, 변동환율제, 외자유치 등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추진했다. 두 대통령은 좌파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욕을 먹었지만 현명한 배신으로 남미의 골목대장 브라질을 세계경제의 희망으로 탈바꿈시켰다.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된 1990년 이후 아시아 61개국 역시 연 5.4%의 경제성장을 기록했다. 아프리카와 남미 역시 매년 3.6%와 3.2%씩 부를 늘렸다. 반면 신자유주의 음모의 핵심으로 분류되는 유럽과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은 경제성장률과 1인당 GDP 성장률 등이 모두 떨어졌다.(크게는 1% 이상, 작게는 02~0.5%) 이 같은 수치는 신자유주의가 선진국의 지배전략이라는 비판이 신빙성이 없음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책은 '신자유주의=시장만능주의'라는 도식적 비판, 한국인의 심리적인 불평등, 선정적인 언론의 사실 관계 왜곡 등 사실과 다른 시장경제 비판이나 인식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거나 항목별로 자세하게 설명한다.

지은이는 "더 좋은 세상을 위한 투쟁은 필요하다. 그러나 투쟁은 현재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철저한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도전은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 힘들다"고 말한다. 368쪽, 1만6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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