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문경시민에 군인정신 보여준 체육부대

입력 2013-05-06 11:25:39

다음 달 문경으로 이전하는 국군체육부대(부대장 윤흥기)가 부대 이전을 대가로 문경시로부터 받기로 한 직접경비 등 각종 인센티브 100억원(2009년 8월 14일 자 상호 공증협약)이 '지방자치단체가 국가기관에 직접 경비를 지원할 수 없다'는 지방재정법(시행령 제32조)을 위반한 협약이라는 본지 보도(4월 25일 자 1면 등)를 인정, 사실상 없던 일로 하겠다고 밝혔다.

국가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해당 자치단체로부터 거꾸로 특혜를 받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고, 문경시의 열악한 재정형편을 고려해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는 것이다.

어려운 재정형편에 전전긍긍했던 문경시는 국군체육부대의 전격적인 입장 변화로 100억원의 혈세를 번 셈이 됐다. 적법하지 못한 이 협약이 4년 동안 거론되지 않은 것은 상대가 군사기관이었고, 문경시 역시 '베팅'을 잘해 유치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 염려돼 계속 쉬쉬했기 때문이었다.

태릉선수촌을 능가하는 규모로 700여 명의 부대원이 상주하는 국군체육부대에는 24개 각종 스포츠 종목의 국제규격 경기장이 최근 건립됐다. 국군체육부대는 이를 기반으로 각종 국'내외 스포츠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 때문에 민간우량기업체와 웬만한 공공기관을 능가하는 효자기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경에 '2015세계군인체육대회'가 열리고, 상무 축구팀이 상주를 연고지로 정한 것도 문경에 둥지를 튼 효과였다.

하지만, 협약체결 당시 지방재정법 위반인 줄 모르고 협약서를 작성했다는 양측 관계자들의 말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으로 남는다. 지방재정법의 취지는 국가기관의 사무는 지방자치단체에 도움을 줘야 하고 국가기관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중복 지원을 막는 등 지방재정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협약서 파문은 눈앞의 성과와 업적에만 매달리다 보면 원칙과 법률도 무시할 수 있는 우를 범하게 된다는 사례를 보여 주었다.

어쨌든 국군체육부대가 법치국가의 부대로서 준법과 원칙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특히 인센티브 내용을 놓고 밀고 당기고 하지 않고, 시원하게 '우리는 받지 않겠다'란 결론을 내린 것은 차별화된 군인정신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협약서 공개 이후 문경시민들이 국군체육부대에 가졌던 곱지 않은 시선이 호감으로 바뀌고 있는 이유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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