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민주화, 대통령 의지에 달렸다

입력 2013-04-30 11:14:30

어제 국회 법사위에서 하도급법 개정안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처리가 불발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 부회장단이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를 찾아가 경제민주화 법안의 '부당성'을 호소한 뒤에 일어난 일이다. 이들 법안은 이미 해당 상임위를 통과했다. 재계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의 입법 저지 로비가 구체적 성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정년 60세 연장법 등 다른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도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계가 경제민주화 법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기업의 투자 심리 위축이다. 그러나 이는 견강부회다. 지금 기업이 투자하지 않는 것은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때문임을 국민은 알고 있다. 경제민주화와 기업의 투자 여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경제민주화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공생하는 건전한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아 국민경제의 건강성을 증진하자는 것이다. 이런 건강한 경제 생태계는 장기적으로 대기업에도 득이다.

재계의 반대 로비보다 더 큰 문제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흔들리지 않느냐는 우려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경제민주화 입법이 무리한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고 했다. 자신의 주요 대선 공약에 대한 추진 의지의 약화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한 발언이었다. 재계의 경제민주화 입법 저지의 물꼬는 여기서 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이런 식으로 대국민 약속을 어겨서는 안 된다. 국민이 박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한 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신뢰표'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언약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잘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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