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광고가 없다면

입력 2013-04-26 07:36:37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부터, 다시 잠자리에 들기까지 수많은 광고를 접할 수밖에 없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혹자들은 이러한 현상과 더불어 광고가 가진 이러저러한 역기능에 초점을 맞추어서 요즈음의 시대를 '광고에 오염된 시대'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광고가 없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1996년, 일본 산케이신문에서는 사상 유례 없는 백지광고 신문이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산케이신문은 광고 투성이에다 정작 볼만한 기사는 없다는 독자들의 불만에 시달릴 때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산케이신문은 신문광고의 날을 앞두고 석간신문에 주요 광고주들의 협찬을 받아 이례적으로 백지광고를 내보내는 흥미로운 실험을 한 것입니다. 이에 더불어 신문의 5면 밑 부분 통단광고를 빌려 "만약 광고가 없다면"이라는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면서 이번 기회에 신문광고가 어느 정도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지, 어떻게 생활에 보탬이 되는지를 생각해 보자라고 호소한 것입니다. 물론 이 실험은 상당히 극단적인 구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실험을 통해 우리는 광고 또한 하나의 정보라는 점, 그리고 이런 광고가 없다면 독자들은 정보의 선택권마저 빼앗기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광고 없는 매체들에는 위의 실험을 통해 드러난 문제뿐 아니라 정보의 양극화, 즉 심각한 정보의 불균형이라는 문제가 부수적으로 발생합니다. TV, 잡지, 신문, 포털사이트 등 일반인들이 접하는 대부분 매체들은 광고가 주 수입원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광고가 없다면 지금보고 있는 이 신문을 만원 단위의 금액을 지불하고 구독해야 합니다. 그리고 TV는 아마 방송사별로 수신료를 지불하고 시청해야 할 것이며,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뉴스, 메일, 클라우드 웹하드, 카페, 블로그 등도 돈을 지불해야 누릴 수 있는 서비스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요컨대, 광고가 사라지면 우리가 지금까지 값싸게 혹은 무료로 즐겨왔던 수많은 콘텐츠와 정보들은 경제력을 지닌 계층들에게 편향되어 정보의 불균형과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입니다. 게다가 지금과 같이 다양한 형태의 매체들이 등장할 수도 없음은 물론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건 더욱 힘들어질 것입니다.

물론 광고로 인해 발생하는 역기능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순기능이 더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광고를 없애기보다는 건전하게 소비하고 즐기는 것, 그것이 자본주의사회를 살아가는 국민으로서의 권리이자 특권일 것입니다. 그리고 늘 도심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산소'를 제공해주는 가로수와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 광고를 만드는 이들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최정숙 대구YWCA회장'대구백화점 상무 jschoi81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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