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필수 아닌가요? 한달 백만원은 기본이죠

입력 2013-04-25 10:57:04

특목고→명문대 진학구조, 초교때부터 중고과정 끝내

'선행은 필수?' 사교육 시장에서 선행학습은 주요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학원이 밀집해 있는 대구시 수성구 한 학원 앞에 선행반 모집 문구가 붙어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의사 남편을 둔 A(43) 씨의 초교 6학년 딸은 이미 학원에서 중학교 수학 과정을 한 차례 훑어봤다. 현재는 학원에서 중학교 과정의 수학, 영어, 과학과 사회 강의를 듣고 고1 과정 수학과 영어 경우 별도의 개인 과외를 받고 있다. 원어민이 진행하는 영어 강의도 챙긴다. 이 비용만 해도 한 달에 200만원 가까이 든다. A씨는 "아이 교육에 신경을 좀 쓴다는 수성구 학부모들과 비교해보면 우리 집이 사교육에 많은 돈을 쓰는 편도 아니다"며 "과학고나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를 거쳐 좋은 대학에 진학하려면 지금부터 이 정도 투자는 당연한 것 아니냐"고 했다.

최근 선행학습을 규제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고 박근혜 대통령이 선행학습 근절 의지를 강조하면서 새삼 선행학습 실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선행학습은 사교육 시장에서 보편화된 상황. 심지어 선행학습을 위해 한 달에만 수백만원을 쓰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수학과 영어를 중심으로 한 선행학습은 고교생보다 중학생과 초등학생이 더 많이 하고 있다. 지난 2월 민주통합당 이상민 의원이 입수'공개한 한국교육개발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7월 전국의 초'중'고교생 8만1천3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사교육 시장을 통해 수학을 학교 진도보다 한 달 이상 앞서 배우는 학생은 54.1%로 나타났다. 영어 선행학습 비율은 40.8%였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선행학습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생의 수학, 영어 선행학습 비율은 각각 47.3%, 27.4%였지만 중학생은 55.9%, 46.7%였다. 초교생의 수학, 영어 선행학습 비율은 각각 60.2%, 54.6%에 이르렀다.

교육열이 전국 어느 곳보다 높다는 대구 수성구에선 선행학습이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구 수성구 한 초교 6학년인 B군은 중학교 1, 2학년 수준의 영어와 수학, 과학, 사회 과목을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고 있다. 여기에다 1주일에 두 차례 미술과 피아노 학원에도 가야 해 도무지 쉴 틈이 없다. 한 달에 B군 학원비로만 100여만원이 들어간다.

B군의 어머니 C(42) 씨는 다른 학생들에 뒤지지 않고 명문대 진학에 유리한 특수목적고에 진학하려면 이 정도 선행학습은 필수라고 했다. 그는 "주변 학부모들에 비하면 이 정도 돈은 많이 쓰는 것이 아니다"며 "아이가 가끔 힘들어 하는 기색을 비치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참고 이겨내야 한다고 타이른다"고 했다.

D(42'여) 씨의 중학교 1학년 아들은 학원에서 고교 수준의 수학, 영어 강의를 듣는다. 과학과 사회는 지난해 이미 중학교 과정을 모두 배웠지만 내신 성적을 좋게 받기 위해 다시 학원을 통해 반복 학습 중이다. 아들을 국제고에 입학시키는 것이 D씨의 목표. 국제고에 들어가면 명문대 진학이 쉽다는 생각에서다.

D씨는 "우리 아이 정도는 아니지만, 이 지역 아이들 대부분이 사교육 시장을 통해 최소 1학기에서 1년 앞 과정을 미리 배운다"며 "한 달 사교육비로 100여만원을 쓰는 것이 우리 형편에는 쉽지 않지만 아이가 국제고에 진학할 수만 있다면 감내할 수 있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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