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줌 정보 미리 알면 국가 운명도 바꾼다…『한국정보조직』

입력 2013-04-13 07:51:55

한국정보조직/ 정규진 지음/ 한울 펴냄

우리나라 국가정보조직의 성립과 발전사를 정리한 책이 출간됐다. '국가정보조직'이라고 하면 흔히 탄압도구로 매도해 외면하거나, 스파이 영화처럼 흥미위주의 이야기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영화, 소설, 수기, 드라마 등이 대중의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 편향된 시각, 부정적인 시각, 특수한 개인적 경험을 강조한 데서 기인한다. 특히 한국인들은 정치문제와 관련해 집단 혹은 개인 인식이 많이 다르고, 이에 따라 정보조직의 활동에 대해서도 극단적인 견해를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과정에서 국가정보기구는 '악'으로 매도되고, 그 소속원들은 악당의 전형으로 도마 위에 오르곤 한다.

국가정보조직은 국가 차원에서 국제정세나 역사의 흐름을 비밀리에 추적하고, 그것을 국가의 미래에 반영시켜 나가는 집단이다. 지은이는 '이 같은 정의에 따르면 조선시대의 암행어사제도, 비변사 역시 국가정보조직의 형태와 내용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암행어사나 비변사, 현재의 중앙정보부 모두 비밀정보수집을 통해 국가에 닥칠 위험을 감지하고, 민심의 동향을 주시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국가정보조직의 핵심적인 역할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아는 것과 그것을 국가 운영에 활용하는 것이다.

현대 언론과 문화예술은 국가정보조직을 '악'으로 또 그 구성원들을 '악당'으로 폄훼하기 일쑤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국가의 정보활동이 기민하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졌을 때는 그 국가가 흥하고, 정보활동이 둔화되거나 정보의 가치를 경멸할 때 그 국가는 쇠퇴하는 사례가 많았다. 예리하고 치밀한 정보전을 펼쳤던 일본 전국시대 무장 오다 노부나가와 대규모 군사력만 믿고 정보를 등한시했던 이마가와 요시모토가 좋은 예다. 오다 노부나가는 치밀한 정보 덕분에 누구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 전투에서 승리했고, 이마가와 요시모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패배를 당했고, 결국 몰락했다.

한국의 정보조직이 6'25 남침 징후를 미리 포착했음에도 정보전달과 정세판단이 원활하지 않아 큰 피해를 초래한 것 역시 정보조직활동의 중요성은 물론이고, 국가 최고책임자가 정보의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올바르게 활용하지 못할 때 어떤 파국을 맞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이 책 '한국정보조직'은 크게 13장으로 구성돼 있다. 제1장 '정보조직은 무엇인가'에서는 정보조직의 개념과 기원을, 제2장과 3장에서는 한국정보조직의 생성과 변천, 모태 등을, 제4장에서는 대한제국시절 황제를 보필하던 제국익문사, 제5장에서는 임시정부 정보기구, 제6장에서는 해방 직전 정보세력의 형성, 제7장에서는 남북분단과 미소 정보기구의 유입 등을, 제8장에서는 김구와 이승만의 사설 정보조직과 경찰정보조직의 개편 등을, 제9장에서는 정부수립 시기 국가정보기구 설립과 와해, 제10장에서는 북한대남공작 조직의 변천사, 제11장에서는 한국전쟁 전후 군 정보기관의 성장, 제12장에서는 경찰 정보조직의 부정선거 개입과 위축을, 제13장에서는 5'16이후 중앙정부보의 창설과 변천, 문민정부 출범과 국가정보원 등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 정보조직의 탄생과 변천, 활동뿐만 아니라 주변 열강의 정보활동, 분단 이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는 남북한의 정보대결, 우리나라 정보조직과 주변국 정보조직의 경쟁과 협력, 갈등과 대립 등까지 망라하고 있다.

지은이 정규진은 국가정보학회 회원이자 북한지역개발연구소 연구원으로 우리나라 정보활동 역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인물들의 자서전, 회고록 등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책이 논하고 있는 범위는 삼국시대부터 구공산권 국가가 몰락하던 무렵까지이며, 한국정보조직의 역사와 활동, 규모 등을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다. 318쪽, 2만8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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