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돌아서면 깜빡, 노력하면 좋아져요

입력 2013-04-08 07:33:05

직장인 배모(45) 씨는 요즘 덜컥 겁이 날 때가 많다. 방금 있었던 일인데도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돌아서면 깜빡하는 증상이 생기면서 혹시 치매 초기 증상이 아닐까 싶어서다. "늘 주차하던 곳에 차를 두지 않으면 주차장을 한 바퀴 돌아야 겨우 차를 찾습니다. 그저께 친구들과 만난 식당 이름도 생각나지 않아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이름도 얼굴만 떠오르고 이름이 가물가물합니다. 이러다가 치매가 오는 것은 아닐까요?" 웃으며 농담처럼 '치매 초기'라고 말하지만 속내는 자못 심각하다.

◆건망증은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

40, 50대가 되면 누구나 한두 번쯤 경험하는 건망증. 주위 사람들은 그저 스트레스가 심해서, 나이가 들다 보니, 바쁜 일들이 많아서 생기는 흔한 건망증 증상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정말 안심하고 넘어가도 되는지 의심스럽다.

건망증은 뇌가 여러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과부하가 생겨 저장된 기억을 끄집어내는 능력에 일시적으로 문제가 생긴 상태를 말한다. 물론 질병은 아니다. 머리가 빠지고 근육이 약해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일 뿐이다.

하지만 40대 이후 주로 나타나는 건망증은 행여 치매가 아닐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중년을 우울하고 당황스럽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우울증'불면증'폐경 후 증후군을 앓는 중년 이후의 여성,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중년 남성에게 특히 빈번하게 나타난다. 특히 임신과 출산 이후 사회생활을 거의 하지 않는 단조로운 생활, 육아와 가사 스트레스와 피로감 때문에 남성보다 여성의 경우 건망증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건망증, 치매 초기 증상 아니다

건망증과 치매가 기억력 저하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초기 증상은 명백하게 다르다. 건망증이 기억을 일시적으로 잊어버리거나 기억을 찾아오는 시간이 더뎌진 것인 데 비해 치매는 기억 자체를 완전히 지운 상태를 말한다.

건망증은 나이를 제외하고는 원인을 없애거나 바꾸면 대부분 회복된다. 따라서 사회생활이나 직장, 가정생활에 장애를 받지 않는다. 반면 치매는 퇴행성 뇌질환, 뇌졸중, 뇌손상 등의 다양한 원인으로 뇌세포의 손상이 오고 그로 인해 기억력, 지남력(시간이나 장소, 사람을 잘 알아보고 인지하는 능력), 언어능력, 판단력, 계산능력 등의 인지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기억이나 판단, 계산 등 뇌의 중요한 역할이 떨어지다 보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정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건망증은 기억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순간에 떠올리기 어려울 뿐이기 때문에 차근차근 상황을 되짚어가면 다시 기억해낼 수 있다. 하지만 초기 치매는 기억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에 원래 기억을 떠올릴 수 없다"고 했다.

◆운동하고 독서하면 건망증 예방에 도움

만약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심하게 기억력이 떨어진 경우엔 건망증이 아니라 '기억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기억하는 사건을 혼자서만 기억하지 못할 때 건망증보다는 기억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

기억장애 여부는 나이, 학력을 고려한 평가기준에서 기억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는지를 확인하는 '신경인지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억장애로 진단받는 경우, 대개 뇌의 변화가 동반돼 있는 경우가 많다.

건망증은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이지만 그저 내버려둘 수만은 없다. 초기에는 사소한 것을 놓치지만 심해지면 생활 속에서 크고 작은 불편을 겪게 된다. 하지만 원인을 없애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우선 스트레스를 줄이고 심적 부담을 주는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벼운 걷기나 체조 등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손가락 운동도 도움이 된다. 손가락을 자극하면 대뇌피질에 영향을 끼치므로 수시로 손을 주무르거나 두드려주도록 한다.

신선한 제철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 것도 좋다. 꾸준히 독서하는 습관을 갖고 한 가지 분야의 공부를 지속적으로 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 체계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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