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알자] 인공 무릎관절

입력 2013-04-08 07:38:29

퇴행성 관절염 치료의 종착역…젊은 나이엔 피해야

최근 들어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이 닳아버린 무릎관절을 인공관절로 바꾸는 수술을 많이 받고 있다. 하지만 인공관절 수술은 도저히 다른 치료법을 찾을 수 없을 때 선택하는 치료의 종착역임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들어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이 닳아버린 무릎관절을 인공관절로 바꾸는 수술을 많이 받고 있다. 하지만 인공관절 수술은 도저히 다른 치료법을 찾을 수 없을 때 선택하는 치료의 종착역임을 명심해야 한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인공관절 위치의 정확도를 높이는 수술도 증가세에 있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인공관절 위치의 정확도를 높이는 수술도 증가세에 있다.
인공 무릎관절 수술 전(왼쪽)과 수술 후 X선 사진.
인공 무릎관절 수술 전(왼쪽)과 수술 후 X선 사진.

대한민국 국민 중 65세 이상 인구의 70~80%가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무릎관절염 환자는 2007년 198만 명에서 2011년 233만 명으로 최근 5년 사이 17.7%(35만 명) 늘어났다. 한편 2011년 60대 이상의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7만6천여 건으로 2010년 4만8천여 건에 비해 150% 이상 증가했다. 해마다 연중 야외활동이 가장 많은 3월에 전월대비 15%씩 증가했고, 무릎 통증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 수도 4, 5월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행성 관절염 주원인

퇴행성 관절염이 더 악화되는 원인 중 하나는 나이가 들면서 몸무게는 늘고 운동량은 줄어서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지기 때문. 일반적으로 늘어난 몸무게의 6, 7배가 관절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여성의 경우 가사 노동과 함께 폐경기 이후 골밀도가 줄어드는 것도 원인이 된다. 장시간 쪼그려 앉아서 일을 하는 것도 무릎에 큰 부담을 준다.

초기 관절염은 물리치료나 약물치료, PRP(혈소판풍부혈장) 주사 등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중기 이상으로 진행되면 연골재생술과 반월상연골판이식술이 필요하고 마지막으로 인공관절 수술까지 필요하다.

대구시 남구 봉덕동에 사는 주부 권말숙(가명'67'대구광역시 남구) 씨는 최근 몇 년 새 몸무게가 급격히 늘어난 뒤 양쪽 무릎 안쪽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막연히 괜찮아질 것으로 기대하며 참았지만 통증이 지속되자 동네 정형외과를 찾아 물리치료를 받고 약도 꾸준히 먹었다. 하지만 별 효과가 없었고 다리가 'O'자 형태로 심하게 변형되는 것을 느꼈다.

주위에서 큰 병원에 가보라는 권유를 받고 대학병원을 찾았지만 '인공 무릎관절 치환술'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이 나이에 무슨 수술이야'라는 생각으로 망설이게 됐다. 하지만 통증이 점점 심해져서 잘 걸을 수도 없었다.

권 씨는 "대부분 60, 70대에 인공관절 수술을 하는데, 잘 관리하면 재수술 없이 평생 살 수 있다"는 의사의 설명을 듣고 수술을 결심했다. 현재 권 씨는 통증도 없고 일상생활에도 무리 없이 수영과 산책을 즐기며 살고 있다.

◆치환수술은 퇴행성 관절염 치료의 종착역

인공 무릎관절(슬관절) 치환술은 외상이나 질환 때문에 무릎관절에 이상이 생겨서 통증이 오고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으며, 관절이 변형될 때 선택하는 치료법이다. 변형된 무릎관절을 제거하고 인공 관절로 바꿔주는 것.

인공관절은 관절 안에 있는 연골이 닳아서 뼈와 뼈가 맞닿아 생기는 심한 통증 때문에 도저히 일상생활이 되지 않는 경우나 무릎관절의 운동에 심한 제한이 있을 때 1차적인 대상이 된다. 원인 질환에는 중등도 이상의 퇴행성 관절염이 가장 흔하다. 이 밖에 심한 관절의 파괴를 동반한 류마티스성 관절염이 있고, 감염이나 외상으로 인한 관절염도 있다.

하지만 이런 질환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인공 관절로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문제가 있어도 통증이 심하지 않거나 운동에 제한이 없다면 인공관절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고, 가능한 젊은 나이엔 피하는 것이 좋다.

요즘엔 세라믹 신소재로 만들기 때문에 최대 30년까지 쓸 수 있다. 하지만 환자의 신체 상태 및 활동량, 수술 정확성 등에 따라 다르며, 보통 20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인공관절도 오래 쓰면 손상된다. 따라서 첫 수술 시기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 만약 수명을 다하면 인공관절을 걷어내고 재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부작용 우려가 있어서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정형외과 조명래 교수는 "인공관절은 남아있는 관절 부위를 다시 살리거나 재건하지 않고 아예 제거하는 마지막 단계의 수술로 여러 가지 치명적인 합병증이 생길 수 있고, 수술 후에도 여러 제약이 있다"며 "인공관절 수술은 심한 관절의 통증 때문에 도저히 다른 방법이 없을 때 선택하는 마지막 방법임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리에 따라 인공관절 수명 결정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대부분 이튿날 침상에서 앉기가 가능하고, 수술 후 1, 2일째부터 서기 및 보행기를 이용해 걷기도 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회복된다. 한 달쯤 지나면 웬만한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태가 된다.

부러진 뼈는 깁스 등으로 고정해주면 대부분 저절로 붙어서 회복되지만 무릎 관절은 사정이 다르다. 꾸준히 적당한 운동을 해서 원래 무릎이 움직이던 만큼 천천히 회복시켜야 한다. 특히 수술 후에는 다리 근육에 힘이 거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가벼운 유산소운동으로 근력을 키우는 데 신경 써야 한다. 무턱대고 과격한 운동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난 뒤에 여러 합병증이 올 수 있다. 대표적으로 감염, 관절이 닳음(마모), 지속적으로 오는 통증이 있다. 감염은 가장 치명적인 합병증이다. 수술 환자 100명 중 한 명꼴로 발생하는데, 만약 감염이 발생하면 수술받은 부품을 제거하고 항생제 등으로 감염을 조절한 뒤 다시 재삽입하는 등 여러 차례 수술과 장기간 항생제 투여가 필요하다.

마모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술 후 관절을 얼마나 보호하느냐에 따라 발생 양상이 크게 달라진다. 무릎을 지나치게 구부리면 인공관절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 양반 다리나 쪼그려앉기 등은 특히 피해야 한다.

심각한 합병증인 마모를 줄이기 위해선 정확한 수술도 필수다. 최근엔 의사가 눈으로만 인공관절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내비게이션(자동항법장치)을 이용해 인공관절 위치의 정확도를 높이는 수술도 증가세에 있다.

인공관절의 수명을 결정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수술을 얼마나 정확하게 하느냐와 수술 후 환자가 인공관절을 얼마나 잘 관리하고 보호하느냐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심한 운동이나 등산, 무거운 물건을 들고 나르기 등은 피해야 한다. 하지만 자전거타기나 수영, 걷기 등은 권할 만한 운동으로 인공관절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대구가톨릭대병원 정형외과 조명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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