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5일 60분이상 운동…학교 분위기 밝고 명랑해져
대구 경덕여자고등학교(교장 전상희)가 야심 차게 '도전! 경덕 마라톤 그랜드 슬램'을 추진, 주목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여고생들이 마라톤 대회에서 10㎞를 4차례 완주하는 것으로, 쉽지 않은 일로 여겨진다. 경덕여고는 학생들이 재학 중 전국에서 열리는 각종 마라톤 대회에서 10㎞를 4차례 모두 완주하면, 학교장 명의의 '도전! 경덕 마라톤 그랜드 슬램' 인증서를 발부하기로 했다.
'Ambition, Bravery, Challenge!'라는 구호를 내건 경덕여고의 첫 도전 무대는 14일 대구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2013 대구국제마라톤대회다.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등 무려 200여 명이 이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1~3학년 학생 180여 명과 교직원'학부모 20여 명이 대회 10㎞ 부문에 참가 신청을 해놓고 있다. 그런데 참가자 중 상당수인 80여 명이 대학 입시를 앞둔 3학년 수험생들이라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대회 완주를 위해 올해 초부터 조금씩 몸을 만들어왔다. '일주일에 5일 이상, 하루에 60분 이상 누적해서 운동을 한다'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걷기와 달리기를 일상생활화하고 있다. 점심 식사 후 20~30분씩 걷는 것은 기본이고, 주말 오전에는 학교 운동장에서 단체로 트랙(150m 길이)을 돌고 있다.
주말인 지난달 30일 오전에는 전상희 교장과 엄재길 전 교장, 이재철 교감, 이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는 박재식 체육교사, 학생 등 70여 명이 운동장에 나와 달리기로 대회를 준비했다.
3학년 강인정 양은 "토요일에는 자율학습을 하는데, 오전 10시부터 30분에서 1시간 정도 트랙을 돌며 운동을 한다"며 "체력 단련과 정신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달리기를 하는 친구들이 학기 초보다 많이 늘었다"고 했다. 강 양은 "처음에는 2바퀴를 겨우 돌았는데 요즘엔 10바퀴를 쉽게 돈다. 주위에서 10㎞를 달리는데 대해 많이 우려를 하는데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경덕여고의 마라톤 사랑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당시 엄 교장이 수능시험을 마친 3학년들과 '경덕 사랑 달리기'라는 교내 행사를 실시하면서부터다. 이 행사는 지난해까지 4년간 계속되면서 학교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수능 준비에 지친 3학년생들과 교직원, 학부모, 동창회 임원들이 학교 운동장 9바퀴를 달리고 '나머지 한 바퀴는 20년 후 다시 모여서 뛰자'고 약속을 하는 아름다운 전통이 마라톤 사랑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전통이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엄 전 교장은 지난해 8월 말 퇴임하면서 마라톤 발전 기금으로 500만원을 내놓았다.
이어 지난해 9월 부임한 전상희 교장은 엄 전 교장의 뜻을 적극 이어받아 학생들이 점심 시간에 운동장을 가볍게 걷거나 체육 시간 뛰는 것을 장려했다. 전상희 교장은 또 학생들이 달리면서 보람을 찾을 수 있도록 '도전! 경덕 마라톤 그랜드 슬램' 프로그램을 출범시켜 직접 참가하고 있다. 엄 전 교장은 풀코스를 여러 차례 완주한 마라톤 마니아이며 전상희 교장은 이번 대구국제마라톤에서 처음으로 10㎞에 도전한다.
전상희 교장은 "학교 운영은 90%가 비슷하다. 나머지 10%에서 차이가 나는데, 우리 학교는 특별 사업의 하나로 '도전! 경덕 마라톤 그랜드 슬램'을 추진하고 있다"며 "많은 여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이 프로그램에 참가,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여학생들은 체력이 약하다'는 일반인들의 인식을 이번에 깰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운동장에서 걷고 달리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학교 분위기가 매우 밝아졌다"며 "마라톤이 학생들에게 도전과 성취의 아이콘이 되고, 교직원들에게는 지역 행사를 통한 사제동행의 실천의 장이 되며 학부모들에게는 교육 동반자로서 학교와 함께 자녀 교육에 동참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박재식 교사는 "여학생들이 10㎞를 뛰는 데 대해 주위에서 우려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미 지난해 금호강 마라톤, 영덕 로하스 마라톤 등 2차례 대회에 우리 학생들이 참가, 수십 명이 완주했다"며 "경덕여고의 마라톤 사랑이 국제육상도시 대구를 알리는 조그마한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표시했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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