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와의 전쟁 시작됐다

입력 2013-04-05 11:21:24

기업인 사채업자 등 224명

#.부품제조업체 대표 A씨는 배당금 등으로 늘어난 재산을 자녀에게 증여하기 위해 자녀들 명의의 보험에 210억원을 일시에 납입하고 부동산 취득자금 180억원을 현금으로 증여했지만 증여세는 전혀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이에 증여세 191억원, 법인세 351억원 등을 추징했다.

#.중견 제조업체 사주 B씨는 해외로 기업자금을 유출하기 위해 미국과 홍콩 거래처에서 부품을 수입해 제조하는 과정에서 수입대금 및 수수료를 과다하게 지급했다. 유출자금은 홍콩 등에 개설된 자신의 계좌로 되돌려받아 국내에 다시 반입, 다른 법인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616억원의 법인자금을 개인적으로 부당하게 사용했다. 이에 국세청은 211억원을 추징했다.

대구지방국세청을 비롯한 전국 6개 지방청이 '탈세와의 전쟁'에 나섰다. 국세청은 4일 927명의 조사인력을 동시에 투입해 변칙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한 기업인, 역외 탈세 혐의자, 불법 사채업자 등 224명에 대해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가 지하경제를 발본색원하려는 것으로 성실 납세자와 중소기업, 서민들은 세무 조사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매출 100억원 이하인 전국 43만 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일자리 창출 기업은 경제상황을 고려해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유예하고 지하경제 양성화와 대법인'대재산가의 신고 검증에 조사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이날 동시 세무조사에 들어간 곳은 탈세혐의 대재산가 51명, 역외 탈세 혐의자 48명, 불법'폭리 대부업자 117명, 탈세 혐의가 많은 인터넷카페 등 8건 등이다. 전국 4천 명의 조사인력 가운데 4분의 1이 동시에 투입됐다.

대구지방국세청은 내부인력 재배치를 통해 23명(조사국 19명, 무한추적팀 4명)이 보강됐다. 이들은 최근 금융조사'역외탈세 등 지하경제 추적을 위한 조사기법에 대해 집중 교육을 받았다.

조사대상에 포함된 대재산가에 대해서는 위장계열사 설립, 부당 내부거래, 지분 차명관리, 특정채권'신종사채 등을 통해 편법 상속'증여행위가 중점 검증된다. 기업인 중에는 100대 기업의 사주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역외 탈세 혐의자 37명에 대한 세무조사는 현재 진행 중에 있고 11건은 이날 조사에 착수했다.

대구지방국세청에 따르면 불법 고리(高利)를 받으면서 차명계좌나 고액 현금거래를 이용해 세금을 빼돌린 사채업자 가운데는 사채자금을 주가조작'불법도박 등 또 다른 지하경제 자금으로 활용한 사례가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건당 100만원 내외의 광고비를 받고 홍보용 사용 후기를 작성해주는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을 하면서 소득을 누락한 주요 포털사이트의 최상위 인터넷카페와 국외 구매대행업체 등도 주목하고 있다.

대구지방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세무조사는 이전에 적발하지 않았던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대구에는 조사 대상자가 그리 많지는 않기 때문에 성실 납세자와 기업인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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