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수첩 누가 남았나

입력 2013-04-03 10:55:43

장관 후보자 낙마 도미노..'데스노트' 우스개 소리도

대권을 잡기 전 박근혜 대통령의 별칭은 '수첩공주'였다. 정보가 될 만한 사안들을 빼곡히 기록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그런데 대통령 취임 이후 이 수첩이 수난을 겪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목한 고위 공직 후보 상당수가 부적격으로 드러나 낙마하면서 '수첩'이 좁은 인재풀과 불통의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수첩에 대해) "적어 놓은 말만 한다"며 부정적 이미지로 공격하자 지난해 각종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 별명이 싫지 않다. 많은 국민을 만나는데 그 사연과 해결해야 할 문제를 수첩에 적는다. 수첩은 국민과 소통하는 수단이 되고 또 민생을 챙기는 소중한 도구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꼭 갖고 다니면서 기록할 생각"이라고 밝혀 국민들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심었다.

특히 2011년엔 젊은 유권자 공략을 위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첩공주'라는 제목으로 계정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수첩이 부정적 이미지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잇따른 장'차관들의 '낙마 도미노' 사태와 고위 공직 후보자들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장도 허탈과 어이없음에 쓴웃음을 짓는 의원들이 상당수였다.

결국 최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이날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은 불발로 끝났다. 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창조경제의 수장 역할을 할 최 후보자가 '창조경제'의 기본적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미래부가 어떤 업무를 소관하는지조차 제대로 몰랐다"며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든지, 후보자 스스로 거취를 정하든지 양자택일만 남았을 뿐"이라고 공세를 취했다.

윤 장관 후보자도 해양수산부의 당면 현안에 대한 이해 부족과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도마 위에 오르며 향후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 난항을 예고했다.

한 여권 인사는 "도대체 박 대통령의 수첩 속에 들어 있는 입각 대상 인물들의 면면이 궁금하다"면서 "인사청문회 시작부터 끝까지 박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들의 중도 하차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선택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일부에선 "박 대통령의 '인사수첩'은 '데스노트'라는 우스갯소리도 나돈다. 수첩 속에 이름이 적히면 전부 죽는다(낙마한다)는 의미"라고 허탈해했다.

새누리당 지도부에서도 박 대통령이 '수첩 인사'를 버리고 '시스템 인사'로 인선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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