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달성토성 복원,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입력 2013-03-21 07:45:28

김종옥 문화사랑방 허허재 대표
김종옥 문화사랑방 허허재 대표

달성토성은 수천 년 동안 달구벌을 지켜온 천혜의 요새였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 역사적 배경이나 가치가 잊히고 묻혀 버렸다. 그런가 하면 요즈음엔 갈 곳 없는 노인들의 쉼터이자 힘 빠진 동물들이 엎드려 졸고 있는 나른한 공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달성토성은 달구벌에서 축성된 최초의 성이다. 경주의 월성과 비슷하게 자연적인 구릉을 이용하여 쌓은 토성인데, 삼한시대 이래로 지역의 중심 세력을 이루고 있던 집단들이 생활 근거지에 쌓은 자연발생적 성이기도 하다. 학자들은 청동기시대 이래로 이 지방의 중심 세력을 이루고 있던 집단들의 성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려 중엽인 정종 때부터 달성 서씨의 세거지였다. 그 뒤 조선조 세종 때에 이르러 관아 부지로 결정되자 종손인 구계(龜溪) 서침(徐沈) 선생이 흔쾌히 내놓았다. 선조 때 경상감영이 설치되었으나 정유재란 때 불타고 말았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 1909년 1월 11일, 조선의 마지막 임금인 순종황제가 시찰하고 기념식수를 했다.

해방이 되자 새로운 모습으로 가꾸기 시작했다. 민족시인 이상화를 기리는 시비가 세워졌고, 전국 최초로 어린이 헌장비가 세워졌다. 뒤이어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왕산 허위 선생과 석주 이상룡 선생의 뜻을 기리는 비석, 또한 대구에서 처형당한 수운 최제우 대신사를 기리는 동상이 세워졌다. 그리고 석재 서병오 선생을 기리는 예술비, 죽농 서동균 선생을 기리는 문화비, 달성서씨유허비(達城徐氏遺墟碑)가 각각 세워졌다.

지역의 뜻있는 사람들은 '달성공원'을 옛 이름인 '달성토성'으로 바꿀 것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또한 인근에 흩어져 있는 문화 유적과 연계한 종합적인 복원을 통해 도심 재창조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와 함께 동물원을 다른 곳으로 이전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 번 생각해 보자. 개인이 도시 한가운데 많은 동물들을 사육하고 있다면 대구시는 용인할 것인가?

더 이상 달성토성의 복원을 미루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복원에 앞서 지표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성곽, 우물터, 군사 훈련장, 매몰된 유적 같은 것들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원래의 모습을 되살리는 데 목표를 둔 종합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토성 안에 자리 잡고 있는 향토 역사관과 경상감영의 정문이었던 관풍루의 이전, 일제의 잔재인 외래 수종들의 제거, 토성을 둘러싸고 있는 시멘트 옹벽의 철거, 토성 앞을 흐르는 달서천의 복원 같은 사업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달성토성은 역사와 문화를 숭상하는 고장 대구의 상징이다. 그러나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본래의 모습이 많이 훼손됐다. 지금이라도 지표조사와 함께 고증을 거쳐 제 모습을 되찾는 데 힘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은 시민들에게 자긍심을 키워주고, 나아가 도시의 품격을 드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그리고 문화유산은 오늘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잣대로 재단하거나 뜯어고쳐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화유산은 제자리에 제 모습으로 있을 때 그 의미와 가치가 돋보이는 법이다.

김종옥 문화사랑방 허허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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