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그룹 소비자책임경영 '40점'

입력 2013-03-06 11:52:24

202개 대기업 상장 계열사 평균 점수 고작 38점 거쳐

경제민주화 요구에도 대기업 집단의 지역사회공헌과 소비자책임경영은 낙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지역사회와 상생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한 기업의 봉사활동. 매일신문 DB
경제민주화 요구에도 대기업 집단의 지역사회공헌과 소비자책임경영은 낙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지역사회와 상생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한 기업의 봉사활동. 매일신문 DB

기업들에 대한 사회적책임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20대 대기업집단의 사회책임경영이 엉망이고 특히 소비자에 대한 책임경영 점수가 40점을 간신히 넘어 낙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202개 대기업 계열사의 평균 점수도 38점으로 '낙제점' 수준이었다.

◆대기업집단 사회공헌 결과는

6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난해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한 사회책임경영 평가에서 국내 20대 그룹 80%는 소비자에 대한 책임경영 점수가 50점 이하였다. 20대 그룹의 이 부문 평균 점수는 40.80점에 그쳤다. 이번 20대 그룹 사회책임경영 평가는 이들 그룹에 소속된 총 999개 계열사 중 127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했다.

사회책임경영 평가는 근로자, 협력사 및 경쟁사, 소비자, 지역사회 등 4부문으로 했다. 20대 그룹은 소비자 부문 세부 평가항목 중 '소비자의 개인정보 보호'(30.48점)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소비자와의 공정거래'는 35.39점, '소비자와의 소통'은 36.00점, '소비자의 안전 및 보건'은 55.12점이었다.

20대 그룹 중 재계 12위인 두산그룹이 소비자에 대한 사회책임경영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65.76점)를 받았다. 소비자 부문에서 50점을 넘긴 그룹은 두산에 이어 삼성(58.52점), 롯데(53.68점), SK(52.02점) 등 4개 그룹에 그쳤다.

반면 신세계그룹, GS그룹, 현대중공업그룹은 소비자 부문 평가가 20점대에 그치며 하위권에 머물렀다.

소비재 관련 계열사가 많은 CJ그룹이 '소비자와의 공정거래' 항목에서 가장 낮은 점수(5.6점)를 받았다. 이 분야 상위권인 대림 그룹과 삼성 그룹의 점수는 각각 55.6점과 53.8점이었다.

지역사회 기여 부문에서는 두산이 60.67점으로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고 이어 SK(48.89점), STX(47.33점), 삼성(45.83점), 롯데(44.29점)가 상대적으로 높은 평점을 받았다. 반면 GS(16.11점), 동부(20.56점), CJ(21.33점), LS(24.76점)는 지역사회 기여가 형편없었다.

◆사회책임경영 엉망, 소비자는 '봉'

국내 기업 전반의 사회책임경영은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들은 사회의 '경제민주화' 요구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 발전, 사회적 책임 촉진, 직장 내 기본권 분야에서 특히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4개로 나뉜 평가 항목별로 보면, 국내 기업은 지역사회(24.13점) 분야에서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지역사회와 얼마나 소통했는지, 지역사회에 참여했거나 공헌했는지를 평가하는 항목.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지역 공급자를 우선 배려하는 기업은 15개사(2.11%)에 그쳤으며 지역 주민을 우선 채용하는 기업도 36개사(5.07%)에 머물렀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윤진수 연구원은 "중소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준을 높이려면 대기업들이 2'3차 협력사에까지 더 적극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은 경영 여건이 취약한 중견'중소기업보다 사회책임경영에 있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지만 ▷협력사 및 경쟁사(46.10점) ▷소비자(38.26점) ▷근로자(36.32점) ▷지역사회(32.52점)로 이뤄진 평가 분야 중 50점을 넘긴 항목이 단 하나도 없다.

대기업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세부 평가 항목은 '지역경제 발전'(8.25점)이었다. '지역사회 참여 및 공헌'(41.09점)에서는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사회공헌활동을 전담할 부서나 인력을 운용하는 대기업 계열사는 39개사(19.3%)에 머물렀다.

대기업이 '소비자 개인정보 보호'(30.05점), '소비자에 대한 공정거래'(32.81점), '소비자와의 소통'(34.24점) 등 소비자 부문 평가에서 줄줄이 30점대에 머무른 점도 소비자를 경시하는 경영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윤진수 연구위원은 "일부 기업들이 아직도 사회책임경영을 이미지 제고나 홍보 수단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며 "사회책임경영을 적극적으로 기업 경영 정책이나 전략에 반영하는 등 최고경영자(CEO)들이 관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노경석'김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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