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도 어려워하는 우리말 정복…성병휘의 우리말 궁금해요?

입력 2013-03-02 17:41:01

본지 성병휘 부장 5년 연재 독자에 인기 많은 칼럼 모아…

우리말 궁금해요?/ 성병휘 지음/ 매일신문사 펴냄

우리말에 '띄어쓰기는 붙여 쓰고, 붙여 쓰기는 띄어 쓴다'는 말이 있다. 띄어쓰기는 말의 의미와 달리 붙여 쓰고, 붙여 쓰기는 말의 의미와 별개로 붙여 쓰는 것이다. 게다가 띄어쓰기만 붙여 쓰고, 띄어 쓰며, 띄어 써야 등에서는 띄어 쓴다.

한글 참 어렵다. 유치원,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까지 줄기차게 읽고 썼어도 여전히 어렵다.

글 쓸 일이 드문 일반인은 물론이고, 작가나 기자들도 띄어쓰기와 맞춤법이 헷갈리거나 아예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근래에는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잘못된 표현들이 더욱 확산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 책 '우리말 궁금해요?'는 우리가 흔히 쓰지만 자주 틀리는 표현을 예문과 함께 재미있게 설명한 책이다. 바른 표기, 잘못된 표기와 더불어 그와 유사한 예를 한꺼번에 설명하기도 하고, 때로는 다소 복잡해 보이는 한글 규칙을 소개하기도 한다.

가령 '애끊다'와 '애끓다'는 둘 다 맞는 표현이지만 쓰임이 다르다. '애끊다'와 '애끓다'는 '애-끊다'와 '애-끓다'의 의미다. 여기서 '애'는 창자를 가리키는 옛말이다. '끊다'는 길게 이어진 것을 짧게 끊는다, 목숨을 없앤다는 말이고, '끓다'는 액체가 뜨거워져 부글부글 솟아오르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니 '애끊다'는 몹시 슬퍼서 창자가 끊어질 지경이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애끓다'는 몹시 답답하거나 안타까워 속이 끓는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구분하기 쉽다. 그러니 창자가 끊어질 것처럼 슬플 때는 '애끊는 사모의 정' '애끊는 통곡'으로 표현해야 하고, 속이 부글부글 끓을 만큼 답답하거나 안타까울 때는 '애끓는 하소연'처럼 표현해야 한다. '애끓는 이별' 같은 표현은 적절치 못한 표현인 것이다.

우리는 흔히 '알았습니다'와 '알겠습니다'를 혼용해서 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알았습니다'는 윗사람의 지시나 물음에 그대로 따르겠다는 뜻이다. '알겠습니다'는 추측을 나타내는 말로 누군가의 설명을 듣거나 상황을 파악한 뒤에 '알 것 같다'는 의미를 나타날 때 쓰는 표현이다.

자주 틀리는 표현 중에 '이르다'와 '빠르다'가 있다. '이르다'는 어떤 정도나 범위에 미치다 혹은 기준 잡은 때보다 앞서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에 반해 '빠르다'는 어떤 일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나 기간이 짧다는 뜻으로 쓰인다. 또 어떤 것이 기준이나 비교 대상보다 시간 순서상 앞선 상태에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빠르다'의 상대 말은 '느리다'이고, '이르다'의 상대 말은 '늦다'이다.

예컨대 '빠르면 이달 안에 건물이 완공될 것 같습니다'는 잘못된 표현이며 '이르면 이달 안에 건물이 완공될 것 같습니다'로 고쳐야 한다. '빠르다'는 속도의 개념으로, '이르다'는 시간의 개념으로 구분하면 쉽다. 그래서 '자동차들이 빠르게 톨게이트를 빠져나가고 있습니다'처럼 속도를 표현할 때는 '빠르다'를 쓴다.

'군색하다'와 '궁색하다' 역시 자주 틀리는 표현이다. '군색하다'는 필요한 것이 없거나 모자라서 딱하고 옹색하다, 자연스럽지 못하고 거북하다는 뜻이다. '궁색하다'는 아주 가난하다, 말이나 태도 행동의 이유나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책은 이외에도 '할 일 없이' '하릴없이' '금새'와 '금세'의 차이, '좇다'와 '쫓다'의 다른 의미, '조리다' '졸이다' , '삭이다' '삭히다', '둘러보다' '들러보다' 등 헷갈리기 쉬운 말들이나 의미가 다른 말, 띄어쓰기로 달라지는 표현 등을 세세하고 재미있게 풀어 설명한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지은이(성병휘 매일신문 교정부장)가 2008년 8월부터 매일신문에 연재해온 '성병휘의 교열斷想(단상)'을 묶은 것이다. 신문에 실린 기사를 대상으로 틀린 표현, 잘못된 맞춤법 등을 바로잡아 독자들에게 하나 둘 알려온 글들이다.

335쪽, 1만2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