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미국. 고등학교를 졸업한 17세의 수잔나는 다량의 아스피린과 보드카를 먹고 응급실에 실려가게 된다. 자살미수라는 말과 함께 억지로 클레이무어 정신요양원에 입원하게 된 수잔나는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이질적인 행동에 겁을 먹고 자신은 미치지도 않았는데 왜 이곳에 온 것인지 혼란스러워한다. 의사는 그녀가 '경계성 인격장애'라는 진단을 내리고 그로부터 수잔나는 약 1년이란 시간을 요양원에서 지내게 된다.
수잔나는 요양원에서 자신보다 훨씬 상태가 심각한 친구들을 만나는데 처음에는 그들을 두려워하고 꺼리지만 결국 그들뿐만 아니라 가장 문제아였던 리사와도 친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수잔나는 밖에서 느끼지 못했던 자유를 맛보게 된다. 혼란스러운 사회, 귀찮은 책임, 불안한 미래 등은 요양원 안에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자유는 단지 요양원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만 한정된 자유일 뿐이었다. 과연 그것을 진정한 자유라고 부를 수 있을까? 수잔나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늘 강한 척하는 리사도 사실은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을 유일하게 받아주는 요양원을 8년이나 벗어나지 못할 뿐이라고 결론짓는다.
이 영화에서 수잔나가 느끼는 우울함은 어느 정도는 시대상과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1960년대는 미국의 젊은이들이 원치 않는 전쟁에 징집돼 끌려가고, 히피 문화와 이념 갈등, 사회적 혼돈이 뒤섞인 어지러운 시대였다. 수잔나는 이런 사회 속에서 주변인들과는 달리 대학에 진학하지도 않고 미래에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물론 이런 모습은 비단 1960년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오늘날 사회에서도 수잔나처럼 길을 잃고 방황하며 답답해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러닝타임 127분.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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