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 치면 학업 스트레스도 퍼∼억, 퍽!…대구스포츠클럽 아이스하키팀

입력 2013-02-23 08:00:00

대구스포츠클럽 아이스하키팀이 17일 대구빙상장에서 제94회 동계체전에서 딴 동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스포츠클럽 아이스하키팀이 17일 대구빙상장에서 제94회 동계체전에서 딴 동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휴일인 17일 오후 8시. 대구시민운동장 내 대구빙상장에 큰 가방을 멘 청소년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일부는 가방을 멘 부모와 함께 들어왔다. 주섬주섬 가방을 풀고 운동할 준비를 하는데, 아이스하키 선수들이었다. 곱상하고 앳돼 보이는 얼굴이 격렬한 스포츠로 대변되는 아이스하키 선수처럼 보이지 않았다.

대구시체육회가 운영하는 대구스포츠클럽 아이스하키팀의 선수들이었다. 이들은 12~16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제94회 전국동계체육대회 남자 중등부에서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을 획득했다. 2009년 팀 창단 후 동계체전에서 5년 만에 첫 승리를 만끽하며 3위에 입상한 것이다. 매주 토(오후 10시), 일요일(오후 8시) 두 차례 모여 아이스하키를 배우며 즐기는 이들은 동계체전 후 첫 모임인 이날 체전이 끝난 후 전달받은 동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 촬영을 하며 기쁨을 나눴다.

◆대구 아이스하키의 자존심

대구스포츠클럽은 영광과 좌절을 모두 맛본 대구 아이스하키의 자존심이다. 대구 아이스하키는 서울에 이어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초'중'고에 모두 아이스하키팀을 둘 정도로 탄탄한 저변을 자랑했다. 용지초교팀을 시작으로 범물중과 영신중, 영신고가 아이스하키팀을 두고 서울팀들과 실력을 겨뤘다.

그러나 열악한 시설 탓에 선수 수급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중'고교팀이 모두 해체되고 용지초교만이 남았다.

하지만 최근 아이스하키는 대구에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클럽팀이 탄생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대구스포츠클럽의 회원 수는 무려 40여 명이다. 용지초교 외에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이스하키 클럽도 2군데 있다.

여자선수도 있다. 이동아'서아(범물중) 자매로 대구스포츠클럽의 열성 회원이다. 동생 서아 양은 지난해 동계체전에, 언니 동아 양은 올 동계체전에 출전했다. 서아 양은 "남자 아이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따로 훈련까지 했다"며 "동계체전에서 메달을 딴 언니가 좋아해 덩달아 기분이 좋다"고 자랑했다.

◆매력 넘치는 고급스포츠

"스틱을 쥐는 순간,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는 말끔히 사라집니다. 오직 골을 넣어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대구스포츠클럽 아이스하키팀의 주장을 맡은 이동규(대륜중 3년) 군은 "고교 진학으로 아이스하키를 그만두게 됐지만 소중한 추억을 얻었고 무엇보다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스포츠클럽은 동계체전을 앞두고 대표 선수 선발(엔트리 20명)에 애를 먹었다. 회원 학부모들의 관심이 너무 높아 공정한 선수 선발을 위해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협회 소속 심판과 국가대표 코치 등을 대구빙상장으로 초청, 외부 심사위원회에 선수 선발을 맡긴 것이다. 심사위원회는 개인 드리블과 슈팅, 연습경기 등을 지켜보고 선수를 선발, 만일의 잡음을 없앴다.

아이스하키팀의 단장을 맡은 김선대 대구시체육회 사무처장은 "아이스하키는 학생들이나 학부모에게 매우 매력적인 스포츠로 인식되고 있다"며 "일부에서 돈이 많이 드는 고급스포츠로 여기고 있는데, 대구스포츠클럽은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사설 센터의 경우 15만원 정도 하는 월회비를 대구스포츠클럽에서는 5만원 받고 있다.

우수 선수들은 서울의 고교로 스카우트돼 전문 선수로 성공하고 있다. 대다수 회원들은 중3이 되면 선수 활동을 접고 공부에 주력하지만 일부는 선수로 실력을 인정받아 대학까지 진학하고 있다.

◆열악한 동계 스포츠 인프라

아이스하키 관계자들은 경기장 시설만 뒷받침된다면 동계 스포츠 인구는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구의 공공 아이스링크는 1995년 개장한 대구빙상장 하나뿐이다. 일부 사설 아이스링크가 있지만 규모가 작아 아이스하키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대구빙상장 이용도 자체 수익 사업에 밀려 밤 시간대에만 이용할 수 있는 실정이다.

대구스포츠클럽 박지원 감독은 "국내외 명문대 진학을 노리는 학생들이 스펙을 쌓기 위해 동계 종목의 클럽 활동을 선호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도 국제학교가 생기면서 동계 종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시설만 뒷받침된다면 더 많은 청소년이 아이스하키를 즐기며 심신을 단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대구스포츠클럽 아이스하키팀 명단(제94회 동계체전 참가 선수단)

단장=김선대(대구시체육회 사무처장) 감독=박지원 코치=전두석 이준욱 자원봉사자=홍승우 선수=이동규(주장'대륜중) 김상언(능인중) 이동윤(능인중) 이동아(범물중'이상 3년) 윤상욱(청구중) 노석준(능인중) 김명준(능인중) 권기현(능인중) 전지훈(능인중) 서우현(능인중) 김창하(경북중) 고관진(대구일중) 이영욱(경신중) 윤동준(오성중) 이건엽(대륜중) 구본중(대구북중) 권정혁(경신중'이상 2년) 권민영(오성중) 조영빈(청구중) 한승백(능인중'이상 1년)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