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1박2일 '대마도가 부른다'
해외여행. 왠지 설렌다. 그러나 막상 떠나려면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시간이나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휴가를 겨우 얻어내더라도 기나긴 이동시간에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거나 장거리 여행에 지치기 마련이다. 국제공항이 없는 대구경북은 더하다. 고생고생해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나면 이미 몸은 녹초가 되기 일쑤다. 그러나 하루 이틀 만에 훌쩍 바람을 쐬러 나설 만한 해외 여행지가 있다. 대마도(對馬島)는 당일치기나 1박 2일용 해외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말 두 마리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는 모습이라 해서 대마(對馬)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부산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49.5㎞에 불과하다. 빠른 뱃길로 1시간이 조금 넘는 거리다.
◆한국과 너무 닮은 자연
부산항에서 2시간 남짓. 대마도 서남쪽 이즈하라항에 다다른다. 항구에 내리자 공기부터 다르다. 시원하고 달다. 울창한 원시자연과 고즈넉한 시골 마을이 반긴다.
대마도에서 제일 큰 도시인 이즈하라는 정갈하지만 따닥따닥 붙어 있는 뒷골목이 이색적이다. 전형적인 일본식 선술집 등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1970, 80년대 시골마을 같다. 굳이 일본어를 할 필요가 없었다. 안내원이나 공무원들이 한국어에 능숙하다. 거리의 모든 이정표에도 일본어와 한국어가 병기돼 있다. 식당에서도 한국인 메뉴판이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 절반이 한국 관광객들이다. 일본땅이 아니라 한국에 온 것 같다.
자연도 한국을 닮았다. 대마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에보시다케 전망대. 360도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여러 겹으로 이어지는 산들, 바다에 떠 있는 크고 작은 무수한 섬들의 모습이 한국 어딘가에서 봤음 직한 낯익은 인상이다. 남해에 있는 욕지도를 빼다 박았다.
일본적인 것은 없을까. 대마도의 상징인 와타즈미신사를 찾았다. 일본의 대표적인 해신(海神)신사. 해상 안전과 바다의 풍월을 기원하는 신, 도요타마 히매와 그 아들을 모시고 있는 해궁이다. 신사문(토리이)은 바닷속에서부터 지상으로 이어지는데 만조 시 2m 정도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4색 바다, 원시림
대마도는 동서 18㎞, 남북 82㎞의 가늘고 긴 모양을 하고 있다. 거제도 2배 면적. 이마저도 90%가 울창한 원시림으로 뒤덮여 있다.
숙소가 있는 히타카츠로 향했다. 이즈하라에서 히타카츠로 향하는 길은 크게 두 갈래. 한국인 식당 주인의 권유로 원시림이 나 있는 지방도를 선택했다. 안내책자를 펼쳐보지 않아도 될 만큼 이동하는 길 곳곳이 절경이다. 산과 바다가 어울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내버려져 있다시피 했다.
간간이 일본이 인공적으로 조림해 놓은 편백나무인 히노키는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히노키는 습도조절은 물론 침엽수 중 피톤치드가 가장 많아 소나무의 약 5배 이상 되는 양이 방출된다. 그래서일까. 2시간여 만에 도착하니 몸과 맘이 상쾌해진다.
숙소가 위치한 미우다 해수욕장. 일본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손꼽히는 곳이다. 해안이 아담하고 바닷물이 깊지 않아 해수욕을 하기에 딱이다. 4색 바다. 짙은 에메랄드 빛에 이어 하늘색, 푸른색, 파란색을 섞어 놓았다. 고운 입자의 천연 모래와 에메랄드 빛 바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부드러운 곡선을 닮은 해안과 언덕으로 난 단아한 산책길. 숨이 느려진다.
◆한'일 역사'문화의 보고
대마도에는 우리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예부터 한반도로부터 농업 기술, 종교, 문화 등 신문물이 전해지던 창구였다. 그래서 조선통신사 등 우리 선조들의 역사유적들이 또렷이 남아 있다. 선사시대부터 지금에 이르는 시간을 좇다 보면 그대로 두 나라의 역사를 재구성할 수 있을 정도란다.
그러나 슬픔의 역사다. 한일병합에 반대해 대마도로 유배됐다 단식 끝에 숨진 최익현 선생의 묘비. 일본왕실과 정략결혼한 덕혜 옹주 결혼봉축기념비 앞에 서니 절로 숙연해진다. 일본과 선린우호를 위해 대마도로 오다 풍랑을 만나 숨진 108명의 조선인 역관사를 기린 조선국 역관사 조난 위령비도 대마도가 만만찮은 곳임을 가르쳐 준다.
일본 본토로부터 132㎞나 떨어져 있는 데 비해 부산에서는 불과 49.5㎞ 거리. 경상도 계림에 속해 있던 우리 땅이었고 이종무 장군이 정벌했던 곳. 그래서일까. 대마도 북쪽 끝에 위치한 한국전망대에 오르니 만감이 교차한다. 일본 땅. 대마도는 탐나는 곳이었다.
사진협조'유병완 사진작가
◆가는 길=부산에서 쾌속선을 타면 히타카쓰까지는 약 1시간 10분, 이즈하라까지는 2시간 남짓 걸린다.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자가운전을 하거나 KTX를 이용해 부산에 도착해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대마도로 향한다. 부산역에서 부산국제여객터미널은 택시로 5분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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