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숨겨진 왕가 이야기/이순자 지음/평단 펴냄
이 책은 서울시문화유산해설사로 활동하는 저자가 다소 생소한 '궁'(宮)이라는 문화재에 호기심을 갖고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쓰여졌다. 저자는 지도 한 장 들고 서울 시내에 있던 왕가를 구석구석 찾아다녔다. 그리고 사라져가는 왕가와 묻혀진 그 역사를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힌다.
궁은 왕족이 사용하는 장소로 왕가, 궁집, 궁가, 궁방이라고도 불린다. 그리고 기능에 따라 잠저, 사당, 제택으로 나눌 수 있다.
세조의 잠저였던 영희전에는 서울중부경찰서, 인조와 효종의 잠저인 어의궁에는 롯데시네마 피카디리극장, 사도세자의 사당이었던 경모궁에는 서울대의학박물관, 세종대왕이 눈을 감은 동별궁에는 풍문여자고등학교가 들어서 있다.
병이 잦았던 세종은 영응대군의 집 동별궁에서 눈을 감았고, 그후 세종의 후궁들은 자수궁에 거처하며 여생을 마쳤다. 고종가 명성왕후는 운현궁에서 가례를 치렀고, 흥선대원군은 이곳에서 섭정하며 나랏일을 보았다.
그 밖에 철종이 태어난 누동궁, 영조의 딸 화유옹주가 살던 창성궁 등 지금은 표지석조차 찾아볼 수 없는 왕가의 자리에서 그 시절 역사와 사연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고종은 1904년 궁중에 황실제도정리국을 설치해 황실의 재산을 정리하기 시작해, 1907년 대부분 황실 재산이 국유화되었다. 자식이 왕위에 올랐으나 종묘에 들지 못하는 후궁들의 사당이 한곳에 모여 칠궁이 된 것도, 선농단과 선잠단이 사직단에 합쳐진 것도. 역대 어진을 모신 전각들이 선원전만 남기고 사라진 것도 이때였다. 더불어 한양의 궁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조선 시대 한양의 왕실 가족들이 사용하던 궁들은 국유화되거나 개인 소유가 되면서 그 모습이 변해갔다. 408쪽. 1만5천원.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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