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 산사람] 괴산 주월산·박달산 연속산행

입력 2013-02-07 14:51:47

바위능선 둘러싼 정상 매바위, 돌탑·소나무 어우러진 한폭 산수화

괴산 주월산(舟越山)은 느릅재를 중심으로 박달산과 마주하는 산이다. 높이는 470m로 괴산군의 35명산 가운데 가장 낮고 산행시간도 짧다. 그러나 높이가 낮다고 산이 볼품없는 것은 아니다. 옹골찬 바위산에 아기자기한 암릉과 소나무가 어우러졌다.

주월은 '배넘이'라는 뜻으로 옛날 대홍수 때 배가 넘었던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때문인지 주월리 동쪽 장연면으로 넘어가는 배너미고개를 주월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설에 의하면 조선의 고승 무학대사가 이 산을 보고 '배가 넘어다닐 것이다'는 말에 따라 배주(舟) 달월(月)자를 써서 주월산이란 지명을 썼다고도 전한다.

느릅재로 넘어가는 19번 도로와 주월령으로 향하는 갈림길 삼거리에 도착한다. 일명 '새터말'이라 불리는 방곡리에 어느 교수가 개발했다는 이 지역 명물 '대학찰옥수수' 간판이 보인다. 등산로를 찾기 위해서 주월령으로 향하는 도로를 따라 5분 정도 오르면 왼쪽 낙엽송 숲으로 '주월산 등산로'라는 작은 팻말이 나타난다.

숲에 들어서자마자 가파른 된비알이 지그재그로 이어진다. 간밤에 뿌렸는지 엷게 쌓인 눈이 걸음을 더디게 한다. 등에 땀이 촉촉해질 무렵 바위전망대가 나타난다. 그곳에 올라보니 출발지점의 몇 가구 되지 않는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설경을 그리고, 경사진 곳에 위치한 밭이랑이 아침 햇살에 은색으로 빛난다. 꽁꽁 얼어붙은 방곡저수지 주변에는 얼음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타고 온 승용차가 줄을 이은 모습도 보인다. 남해도에서 시작하여 하동, 구례, 남원을 지나 무주와 영동을 거친 19번 도로가 느릅재를 향해 구불구불 이어진다.

기암과 소나무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산 아래 풍경에 취하고 아기자기한 암릉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능선을 걷다보니 어느새 돌탑이 있는 주월산 정상이다. 지도 상엔 507m라 표기되어 있지만 정상석에는 470m라 새겨져 있다. 주월산은 대부분 충북의 획일적인 검정 정상석이 아니고 하얀색의 길다란 정상석이 특이하다.

낮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나지막한 산들이 아래로 내려다보여 가슴이 확 트인다. 바위능선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매바위 주변의 빼어난 풍경은 느릅재를 오가는 사람들을 유혹하고도 남는다.

조망을 즐기고 정상에서 월봉을 향해 걷는다. 길은 푹 가라앉았다가 다시 월봉을 향해 고개를 치켜든다. 제법 까다로운 바위길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드디어 월봉 능선이다. 월봉 능선은 오늘 산행의 백미로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곳이다. 느릅재 너머로 육중한 박달산이 조망되고 그 앞으로 성불산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산행 내내 눈길을 끌며 이어지는 산봉우리 속에 옥녀봉이 뾰족하다. 뒤돌아서니 지나온 주월산이 보인다. 매바위 주변으로 조경수로 누구나 탐낼만한 소나무와 돌탑이 어우러져 진경산수화를 그린다.

주월산을 다녀간 사람들이 왜 감탄했는지 그제야 확인이 된다. 빼어난 산의 모습에 취해 바로 내려올 수가 없었음이 실감 난다. 아름다운 자연의 포토존에서도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주월(舟月), 달을 안고 두둥실 떠가는 배에 마음 한 가닥 실어 놓고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평평한 월봉을 지나 느릅재까지는 호젓한 산길이 이어진다. 왼쪽에는 아파트 20층 높이는 족히 될 만한 낙엽송들이 하늘과 키 재기를 하는 풍경도 볼만하다.

해발 300m에 이르는 느릅재는 박달산과 등산을 연계하는 고개다. 느릅재에서 오른쪽으로 등산안내지도 뒤쪽의 박달산의 산행이 이어진다. 안내지도에 해발이 825m이지만 397m의 느릅재에서 등산을 시작하고 산세가 완만하게 그려져 있어 정상이 가깝게 느껴지는 산이다. 그러나 보기와는 달리 조망 없는 가파른 숲길을 1시간 30여 분 부지런히 걸어야 주능선의 첫 번째 봉우리에 닿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제법 평탄한 길이 이어지고 20여 분 거리의 봉수대에 도착하면 빈터에 돌로 쌓았던 흔적이 남아있다. 방금 지나온 느릅재와 감물지역도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박달산(825m)은 소백산맥에서 나누어진 지맥으로 주봉의 기슭에 감물, 장연, 칠성면이 자리하고 있다. 정상이 3개의 봉우리로 형성되어 있는데 도둑바위가 있고 서쪽에 감물성지가 있으며 우물터와 봉수대가 있다. 동쪽으로 월악산의 자태가 위용을 드러내고 오른쪽에는 조령산과 주흘산을 잇는 연릉이 출렁거린다.

박달이란 지명은 단군신화의 사상과 관련이 있는데 박달산 아래 소년골은 옛날 화랑이 모여 활을 쏘던 곳이었다고 한다. 정상의 조망이 좋고 여러 명이 함께 쉴 수 있을 만큼 넓다. 박달산 정상 표지석 옆에 국기게양대가 서 있는 풍경이 특이하다. 박달산 정상을 뒤로하고 20여 분 후 동골재에 도착한다. 능선을 타고 가면 추점리, 왼쪽 사면을 따라 곧장 내려서면 방곡리 하산길이다.

박달산과 주월산은 괴산 35명산의 스물한 번째와 서른다섯 번째의 자리에 올라 있다. 2개의 산이 느릅재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붙어 있고 두 산 모두 코스가 짧아 많은 사람이 두 산을 한꺼번에 종주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주월산은 조망과 암릉미를 고루 갖추고 박달산은 전형적인 육산산행의 묘미와 인근의 월악산, 군자산, 조령산 등의 조망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중부고속도로 괴산IC가 근접해 있어 근래에 많은 산객들이 찾고 있다.

새터말에서 등산을 시작해 주월산을 오르고 월봉능선을 거쳐 느릅재로 하산하면 1시간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두 산을 연계해 등산하면 약 4, 5시간 정도다. 곳곳에 등산로 표시가 잘되어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임진왜란 때 진주성에서 순절한 충무공 김시민의 위패를 봉안한 충민사와 '임꺽정'의 저자 홍명희의 문학비와 조선 시대의 정자 고산정이 있는 제월대가 주월산과 가깝다. 시간이 나면 공림사와 수안보온천 등의 명소도 있어 등산 후 곁두리로 둘러보기에 좋다.

글·사진 양숙이(수필가) yanggibi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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