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셔야" 부르면 "냐아~"… 발라당 누워 데굴데굴
나의 고양이 체셔는 '냐아' 하고 가냘픈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곤 한다.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체셔야'라는 내 부름에 '냐아' 하고 대답하며 베란다 창틀에서 뛰어내려 왔을 때 생각보다 가냘픈 목소리에 깜짝 놀랐지만, 아직 아기 고양이라서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도 체셔의 목소리는 덩치와 성별과 나이에 걸맞지 않게 여전히 가냘프다. 게다가 그동안 주위에 지인들이 키우는 고양이나 길고양이들의 목소리도 많이 들어봤지만 체셔만큼 애교 섞인 미성은 들어본 적이 없다.
처음에는 좀처럼 말하지 않는 녀석의 매력적인 목소리를 듣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해 봤다. 친구네 냉면이의 경우 꼭 끌어안으면 '야옹' 한다기에 체셔를 꼭 끌어안아 보았더니 '끙'하는 소리만 들려줄 뿐이었다.
언니네 울이의 경우엔 이름을 부르면 '야옹' 하고 대답해 주지만 말 없는 체셔는 귀찮아하며 나를 향해 얼굴을 돌리거나 귀만 살짝 돌려줄 뿐이다. 내가 해본 방법들이 통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7년을 함께하며 체셔가 어떨 때 목소리를 들려주는지 알게 되었다. '반나절 이상 집에 혼자 있었을 때, 간식이 몹시 먹고 싶을 때, 혹은 괴롭힘 당했을 때'에만 체셔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여기서 괴롭힘이란 '발톱 깎기, 목욕하기, 털 빗기'와 같은, 반드시 해줘야 하지만 체셔의 입장에서는 괴로운 것들을 말한다.
이렇게 며칠에 한 번 정도 들을 수 있는 희소성 있는 체셔의 목소리는 나에겐 마치 마법을 걸기 위한 주문과 같아서 '냐아' 소리를 듣게 되면 내 의지는 상실되고 체셔의 말을 절로 따르게 된다. 마음이 약해져서 발톱을 깎다가도 놓아주게 되고, 간식을 자주 주지 말아야지 하고 굳게 다짐했다가도 그 다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다.
특히 혼자 집을 지키다 가족들이 들어왔을 때 뒹굴며 반기는 체셔의 목소리는 한층 더 매력적이다. 문 앞에서 줄곧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크게 벌리고 '냐아' 하고 울고 발라당 누워서 데굴데굴 굴러주는 그의 모습은 마치 "안 오는 줄 알았잖아! 너무 보고 싶었어. 어서 와"하고 진심으로 기뻐하며 말하는 것 같다. 가족들이 다 함께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갈 때면 이런 체셔의 반기는 모습을 먼저 보려고 서로 앞다투어 문을 열고 들어가려 하곤 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체셔가 목소리를 들려주는 대부분 상황은 자신이 불리할 때, 혹은 필요한 것이 있을 때이다. 싫어하는 행위를 중단하거나, 자기가 필요한 것을 얻고 나면 더는 말을 걸거나 애교를 부리지 않고 그냥 가버린다. 그래서 때로는 허탈하기도 하고 체셔의 영악함에 조금 얄밉기도 하다. 하지만, 늘 혼내려다 가도 웃어버리며 화가 풀리게 되고, 조금이라도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게 만들어버리는, 그리고 집에 빨리 들어가고 싶게 만들어주는 녀석의 거절할 수 없는 마법의 목소리가 난 너무 좋다.
장희정(동물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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