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부가서 담그던 '육장' 꿩'닭'쇠고기 넣어
전통 장류 문화의 맥을 계승하고 있는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소개된 별미장을 알아본다.
◆담수장
이 장은 무장, 물장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장이다. 조선 초기부터 만들어진 담북장에서 그 원조를 찾을 수 있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기록된 조장법을 보면, '콩 메주를 쑤되 속이 썩지 않게 석 달 만에 띄워(발효시켜) 말려서 쪼개어 물에 담갔다가 다시 말려 씻어 맑은 물에 침장하되 물 한 사발에 메주 작은 주먹만 한 것 3분의 2쯤 되게 넣는다. 그 후 씨 없이 발라낸 통고추를 물 한 사발에 2개 넣고 차게 숙성시키면 30일 만에 익는다. 여기에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두부를 넣은 지 수일 후에 메줏덩어리와 함께 먹으면 그 맛이 동치미와 비유된다'고 하였다.
이 담수장의 근거를 조선 초기 담북장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두 장의 차이점은 확실하다. 담북장이 '콩을 삶아 고온으로 속성 발효시켜 만들어졌던 것'인 데 비해, 담수장은 '저온 숙성법을 시도하였던 것과 침장 초기에 소금물이 아니라 담수(맑은 물)에 담가 한 달간이나 숙성시킨 새로운 기법의 장'이었다는 것. 숙성 초기 소금을 넣지 않았으니 메주균의 자가분해로 맛이 나도록 해야 하는데 고온숙성에서는 자가 분해가 빨라 변질의 우려가 있으니 당연히 저온숙성하였을 것이다. 계절적으로 가을에서 이른 봄까지 가능하였을 것이고 아마 일반된장이 숙성되는 기간이 길어 이것을 대처해서 단기간 만들어 먹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어장
'동의보감'에서 어해로 불렸던 것이 어장의 근거로 추정된다. 이후 조선 중엽 '증보산림경제'에서는 생선과 메주를 함께 침장하여 어육장으로 정착시켰다고 나온다. 이후 '임원십육지'에서 동국어장이란 장조림식의 어장이 재현된 바 있음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새로운 침장법의 어장이 등장하고 있다.
'생선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성한 것으로 토막을 내어 물에 씻어서 1근가량에 볶은 소금 3량을 넣고 천초와 회향'건강 각 1돈과 신국(神麴) 2돈, 홍국(紅麴) 5돈을 생선과 한데 버무려 질그릇에 넣고 봉한 지 10일이면 먹는데 과꽃을 첨가하여 먹는 것이 좋다'고 했다. 조선 초기에서 중기 후반까지 어장의 전통적인 침장법에서는 생선에 소금을 넣어 발효시킨 젓갈 형태이거나 메주와 함께 숙성시켜 만든 장이었던 것과는 달리, 누룩을 생선과 함께 침장하였던 새로운 방법의 별미장이 만들어졌던 것으로 봐서 전통적인 조장관례에서 벗어난 어장의 재창출을 시도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육장
이 장은 우리나라 장류문화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정착된 '증보산림경제'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서민들보다는 사대부가에서 담글 수 있었던 장이었을 것인데 그 조장법이 고급스럽고 특이하여 소개한다. '항아리를 땅에 묻고 나서 살진 쇠고기의 기름을 거둔 것 10여 근, 꿩 10마리의 털과 장을 떼어내고, 닭 10마리도 꿩과 같이 다듬어 토막 치지 않고 통째로 준비한다. 소밥통과 우심, 숭어'도미'광어'조기'전어 따위를 모조리 내장과 비늘, 어두를 제거한 뒤 볕에 쪼여 물기를 거두고, 연어'대구도 함께하고, 크고 작은 문어'낙지는 끓는 물에 반숙하여 내고, 생복'생홍합은 소금을 뿌려 절였다가 씻어 말리고 난 후에 먼저 육류를 항아리 밑에 깔고, 다음에 어류를 놓고, 꿩'닭을 넣되 반드시 메주 사이 사이에 넣은 다음 소금물을 붓는다. 메주 1말에 소금 7되를 기준으로 침장할 것이로되 침장한 위에는 볏짚'풀 등으로 항아리를 두껍게 둘러싼 다음 유지로 항아리 입을 싸매고, 오지분을 덮고 또 볏짚을 덮고, 흙을 채워 빗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였다가 해를 넘겨 열어보면 맛의 아름다움이 비할 데 없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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