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맛에 단골] 경북대 지구과학과 출신 교사 모임 '뜰안에 행복'

입력 2013-01-31 14:40:45

구수한 맛에 큼직한 콩알갱이…"이게 진짜 청국장"

올겨울은 유난히 눈비가 잦다. 게다가 기온까지 크게 떨어져 몸과 마음이 한없이 움츠러든다. 이런 날은 청국장이 제격이다. 청국장은 늘 고향 집 같은 정겨운 느낌을 준다. 갓 끓여낸 구수한 청국장 한 그릇이면 행복한 하루가 된다. 청국장은 건강에도 좋아 겨울철 가장 실속 있는 음식으로 손꼽힌다.

비싸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음식점을 잘 알고 있다는 교사들이 맛집 탐방객으로 떴다. 청국장 전문집인 '뜰안에 행복'은 마치 레스토랑 이름 같지만, 대구 수성구 지산동 킴스치과 뒤편 골목에 있는 평범한 한식집이다. 담장을 허물고 아름다운 정원을 갖춘 아담한 2층 주택을 식당으로 꾸몄다. 마당에 들어서자 앙증맞은 모습의 빨간 우체통이 손님을 맞이한다. 안으로 들어서면 4개의 방과 거실에 탁자를 배치했다. 가정집 분위기 그대로다. 따뜻한 방안에 앉으면 곧 맛보기 음식으로 잡채와 계란찜이 나와 눈맛과 입맛을 동시에 자극한다. 봉곳하게 솟아오른 계란찜과 쫄깃한 잡채 맛을 음미하고 있으면 상차림을 한다. 물김치와 우엉조림, 김 무침, 김치 등 기본 반찬은 깔끔하다.

주요 메뉴는 청국장과 코다리 시래기 찜이다. 김숙자 사장은 "점심은 청국장으로 가볍게 드시고 저녁은 청국장에 코다리 찜이나 수육을 곁들인다"고 설명한다. 청국장 등 대부분의 음식 재료는 친정인 청송의 농장에서 직접 농사지은 것이다. 청국장은 그냥 그 독특한 맛으로 즐겨도 되지만 청국장을 듬뿍 넣고 채소 비빔밥으로 만들어 먹는 것도 별미다. 손님들의 다양한 식성을 배려해 미리 큼지막한 접시에 콩나물과 무, 배추 생채를 가득 담아낸다. 살짝 양념한 봄동 나물 겉절이도 함께 나와 상큼한 맛을 살려준다.

밥공기의 뚜껑을 열면 노란색을 띤 조밥이다. 금방 지은 밥이라 기름기가 자르르 흐른다. 뚝배기에 가득 담겨 구수한 냄새를 술술 풍기는 청국장은 시장기를 재촉한다. "이 집 청국장 맛은 어떨까?" 하며 한 입 맛보는 순간, '아! 이게 진짜 청국장 맛이구나' 하는 느낌이 확 와 닿는다. 순하고 구수한 맛에 큼지막한 콩 알갱이가 부드럽게 씹히면서 묘한 매력을 풍긴다. 모두 큰 백자 그릇에 청국장을 풍성히 넣어 '청국장 비빔밥' 만들기에 열중한다. 익숙한 손놀림을 보니 단골손님임이 틀림없다.

대학 동창들에게 '뜰안의 행복'을 처음 소개해 준 정창렬 교사(달성중학교)는 "작년 6월쯤 친구와 함께 와서 청국장을 먹어보니 마치 집에서 먹는 밥처럼 편안하고 익숙한 맛에 매료돼 곧바로 단골집이 됐다"며 "그때 처음 맛을 본 수육과 다양한 장아찌의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고 한다. 정 교사의 부인 임혜경 교사(서재중학교)도 "반찬이 깔끔하고 어머니의 손맛처럼 편안한 음식이라 남편과 자주 오는 집"이라고 소개한다.

서보현 교사(경일중학교)는 "청국장 정식 메뉴에 함께 나왔던 몇 점의 수육 맛이 정말 독특했다"며 "반찬도 한결같이 정성이 느껴져 젓가락이 가지 않는 전시용 반찬은 없다"고 강조한다.

이창호 교사(과학교육원)는 "콩 알갱이의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청국장 맛이 일품인데다 코다리 시래기 찜과 함께하면 더 맛있는 식사가 된다"고 추천한다. 김신영(동도중학교) 교사는 "청송에서 농사지은 콩으로 청국장을 띄워 가져오는 등 음식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고 평가한다. 선배들 모임에 참석한 이배원(경북대 3년) 씨는 "평소 특유의 냄새 때문에 청국장을 싫어했는데 이 집 청국장을 한 입 맛보는 순간, 생각이 달라졌다"고 한다.

김 사장은 평소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해 음식공부를 하던 중 주변의 권유로 식당을 시작했다. 식당 문을 열기 전 2010년 4월 세계음식박람회에서 직접 만든 막걸리를 출품해 전통주 부문에서 '금상'을 타기도 했다. 특히 10년 전부터 '효소' 만들기에 심취해 있다. 당연히 '뜰안에 행복'의 모든 음식은 설탕과 물엿 대신 효소로 맛을 낸 음식이다. 맛있고 건강을 주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대부분 음식재료를 청송에 마련해 둔 6천여㎡ 규모의 농장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다. 코다리 찜에 넣는 시래기도 농사지은 무 시래기다.

김 사장은 "처음 식당 문을 열면서 '좋은 음식재료를 사용해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 손님에게 드린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고 지금까지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청국장과 홍합 밥은 각 8천원, 코다리 시래기 찜 2만9천원(중)'3만9천원(대), 한방 수육 2만5천원(중)'3만5천원(대)이다. 한방 수육은 미리 주문해야 맛볼 수 있다. 수성구 지산1동 939의 1. 예약은 053)782-1494.

◆'우리 직장 단골집'이 '이맛에 단골!'로 바뀌었습니다. 이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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