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나의 고향이다. 원래 나는 경남 합천 출신이다. 그러나 합천에서 태어났을 뿐 초등학교 때 대구에 나와 살았고 고등학교까지 내가 살았던 곳이다.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가긴 했어도 부모님과 동생들이 지금도 사는 곳이며, 명절이면 어김없이 머나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왔던 정겨운 곳이었다. 항상 그립고 오면 포근한 그런 곳이고 대구 사람이라는 프라이드를 지금껏 가져왔던 곳이다.
그런데 대구테크노파크 원장을 2개월여 전에 맡고 나서는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조 섞인 소리가 너무 많이 들렸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대구가 16개 전국 시도에서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꼴찌라고 한다. 지역경제가 말이 아니라고 한다. 대구를 좋게 이야기하는 소리는 들을 수가 없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나는 오히려 대구 특유의 이런 보수적 분위기와 자기주장이 강하고 비판하는 분위기가 어쩌면 넘쳐나는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요즘 나는 솔직히 대구에 미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고 보고 듣고 하는 거의 모든 게 대구로 수렴되어 그렇다. 이러다 보니 내 직업적인 분야를 떠나서 모든 부분까지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답답한 구석이 있다. 내가 다른 지역의 사람 특히 외국인들에게 대구라는 것을 딱 부러지게 간단하게 설명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구는 과연 어떤 도시인가? 한마디로 설명하기 정말 어렵다.
그래서 나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보았지만 답을 쉽게 찾지 못했다. 아직도 가장 쉬운 답이 뭘까 생각이 그치질 않는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낸 것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우선 대구의 한자인 '大邱'의 '구' 자를 '邱'에서 원래 글자인 '丘' 자로 바꾸는 것을 제안한다. 공자님의 이름인 공구(孔丘)의 '丘' 자와 겹친다고 해서, 원래의 이 '丘' 자에서 새로운 '邱'로 바뀌었다고 하니 원래 이름으로 환원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우리 대구의 원래 이름을 되찾는 것도 대구의 정체성 확립에 일조하지 않을까?
또 다른 한 가지는 대구의 상징물을 시민의 힘으로 한 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한다.
대구 하면 떠오르는 상징물 말이다. 예를 들면 대구 어딘가에 '大丘'의 '大' 자를 형상화해서 높이를 약 500m로 하고 아래쪽에는 '丘'자 형상의 건물을 넣든가 아니면 이를 형상화해서 대구를 대표하는 상징물을 만들면 좋지 않을까? 이런 건축물이 들어선다면 앞으로 세계화에도, 관광자원 등으로도 유용할 것이 아니겠는가?
사실 세계는 대구를 알지 못한다. 오랜 국제무대의 경험에 비춰볼 때 세계는 대구가 존재(Exist)하는 것조차 모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내가 제안하는 것처럼 되면 어렵게 대구를 설명하지 않아도 관광도, 투자유치도 쉽게 되지 않을까? 대구시 역시 왜 애로사항이 없겠는가? 말할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갈래갈래 다른 시민들의 의견을 하나로 묶어야 하고, 현실적으로 예산상의 문제도 있으리라 짐작된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대구시의 예산이 모자라면 250만 시민을 상대로 모금운동이라도 벌일 수 있지 않은가? 이미 대구는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로서 전국에 그 자긍심을 높인 경험도 있으니, 대구시민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자발적 운동이 결코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기왕지사 하는 김에 대구의 경전철도 멋지게 꾸미면 더 좋지 않겠는가? 흘러내리는 형형색색의 분수도, 아치형 구조물도, 대구를 알리는 대형사진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면 '컬러풀 대구'(Colourful Daegu)로 다시 태어나 시민들의 자긍심과 애착심이 더해지지 않을까? 이렇게 되면 대구경제가 다시 일어나는 계기도 될 수 있지 않을까? 더 나아가서 대구시민 각계각층이 분발하는 계기도 될 것이고 화합의 동기도 되지 않을까 한다. 이런 에너지가 대구를 업그레이드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대구시민 여러분! 우리 고장 대구를 우리 스스로 바꿔 보시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아주 멋지고 제대로 된 명품도시 대구로 말입니다.
송인섭/대구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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