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당선인 반대에도… MB, '대통령 고유권한' 놓을 수 없었다

입력 2013-01-29 11:22:19

임기말 특사 단행…"역대 대통령도 행사" 끝까지 마이웨이 고수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박근혜 당선인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퇴임을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특별사면권을 행사했다.

이는 박 당선인과 야권 및 여론의 반대에 부딪쳤다고 해서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특별사면을 접을 수 없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그만큼 강했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특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특사 절차를 진행해왔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당선인이 특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을 통해 직접 밝히는 등 명확하게 하고 있어, 신'구권력 간의 갈등이 불가피해 질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특사 가능성이 확실해지자 28일 조 대변인을 통해 "사면이 강행되면 이는 국민이 부여한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하고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창중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도 이에 앞서 "임기 말 특사 관행의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고 제동을 걸기도 했다.

박 당선인과 인수위가 임기 말 특사 단행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인선 과정에서 '교감'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 당선인이 적잖은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단행하는 이 대통령의 특사에 대해 박 당선인이 직접 반대하고 나섬으로써 이번 특사에 대해서는 교감은 커녕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는 박 당선인측의 '선긋기' 차원이었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 즉석안건으로 특사를 내놓으면서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법무부 사면심사위를 거쳐 법과 원칙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는 박 당선인이 그동안 '현직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조용한 인수위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으로, 박 당선인과 인수위의 특사 반대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임기 말 특사가 역대 정부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도 임기 말에 특사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 12월 임동원 전 국정원장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특별사면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2002년 12월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등을 사면했다. 또 김영삼 전 대통령도 1997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했다.

다만 청와대는 이번 특사 단행을 둘러싸고 현 정부와 박 당선인 간에 갈등이 있는 것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번 특사 단행에 대한 박 당선인과 인수위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현 정부와 새 정부 간의 갈등으로 몰고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청와대는 형이 확정된 자로서 ▷대통령의 친인척과 ▷현 정부 출범 후의 비리사범 ▷비리 혐의로 재판 중인 재벌회장 ▷추징금 등 마무리가 안 된 사람 등에 대해서는 배제한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김윤옥 여사의 사촌인 김재홍 전 KT&G 이사장이 이번 특사에서 제외된 것도 친인척 배제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는 이번 특사가 사실상 새 정부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기조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고도 강조하고 있다. 국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택시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나 두 차례 실패한 나로호 재발사를 시도하고 특사를 단행하는 것 등이 사실상 차기 정부를 위한 일련의 정치적 배려라는 것이다. 서명수기자 dide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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