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을 들어서니, 1m 길이의 모기 105마리가 전시장을 빽빽하게 메우고 있다. 한여름이면 우리를 한없이 귀찮게 만드는 모기. 하지만, 이렇게 낯선 공간에서 대면하고 보니, 게다가 굵은 쇠로 만들어진 거대한 모기는 한결같은 자세로 피를 빨고 있다. 굵은 대롱을 꽂고 탐욕스럽게 피를 빠는 거대한 모기들의 군집은 사뭇 두렵기까지 하다. 2월 17일까지 갤러리 M에서 열리고 있는 강대영의 전시 '탐욕으로 점령된 공간'은 그 제목처럼 탐욕과 공포가 전시장 바닥에 깔려 있다.
강대영은 10여 년 전부터 '모기'를 주요 소재로 작업해왔다. 그의 모기는 '모기의 재현'으로 그치지 않는다. 모기를 '사회적 맥락' 속에 놓고, 그 반응을 즐긴다.
"어느 여름, 모기를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는데 그 조형이 아주 아름다웠어요. 마침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뭔가' 고민하던 중이라 모기를 만들어보게 됐죠. 이렇게 사이즈를 키운 것은 이 자체로 자극과 충격을 관람객들에게 선사하기 위해서입니다."
모기는 '해충'의 대명사다. 작가는 모기에 인간의 이미지를 오버랩시킨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을 쉽게 공격하는 것이 인간의 탐욕이다. 그나마 모기는 필요한 만큼만 취하지만,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다. 작가는 사회 환경 등이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지 질문을 던진다.
10년간 모기 형상을 만들어왔지만, 이번 작품은 가장 큰 작품이다. 10㎏ 무게의 굵은 쇠를 1m 크기의 모기 형상으로 만드는 것은 그에게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작은 모기를 만들다가 쇠로 만들기 시작하니, 한 달쯤 손가락이 펴지지 않을 정도로 고생했죠."
그동안은 전선의 가는 구리선을 뽑아 만드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 수천 마리의 작은 모기들이 모여 있는 작품들을 통해 그동안 이기적인 욕망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커피잔 안에 수백 마리의 모기가 몰려든 작품은 인간의 식탐을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에서 전시장 입구에는 밝은 전구 속에 작은 모기가 설치돼 있다. 거대한 모기와 대조된다. 이 작품에는 작가의 애정이 깃들어 있다. "모두가 모기를 너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밝은 전구 안에 넣었죠. 모기에 대한 혐오스런 감정을 벗기고 싶어요."
오랫동안 모기에 집중하다 보니 작가는 '모기 박사'가 됐다. 인터뷰 내내 모기에 대한 애정이 드러났다. "모기가 날아가면서 윙 소리를 내는 것은 날갯짓을 수없이 하기 때문이에요. 지구 상에 3천500여 종이 있죠."
그는 최근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전시를 열었고, 4월에도 이탈리아 전시 일정이 잡혀 있다. 한국의 관객들은 모기 모양만 봐도 진절머리 치는 반면, 유럽의 관객들은 작품은 그 자체로 봐준다. 작가는 "모기에 대한 편견을 빼고, 작품 그 자체로 봐달라"고 말했다. 053)740-9923.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