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일춘추] 존중받는 가치

입력 2013-01-25 07:45:20

나는 이탈리아에서 유학 시절을 보냈다. 거기서 한국 관광객들이 이탈리아 문화를 보고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보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일이었다. 한번은 어떤 스님이 오셨는데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을 보더니 볼 것도 없다는 듯 한국 문화가 더 우월하다고 역설하며 무시하고 애써 외면하셨다. 이렇게 한편으로 한국 문화가 세계적이며 우월하다고 하시는 분들과 또 다른 한편으로 여기 문화는 이렇게 우수하고 뛰어난데 우리 조상은 무얼 했냐며 우리 문화의 열등을 토로하는 분들이 있었다. 이렇게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그러면서 곰곰이 생각한 것은 과연 우리 문화가 세계 최고로 우월한가 하는 것과 반대로 우리 문화는 그들보다 열등하고 별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내가 내린 결론은 그 두 부류 모두 똑같은 열등감을 다른 방법으로 표현한 건 아닌가였다.

문화는 그 나라의 역사 속에서 환경과 이웃하는 사회 여건들 속에서 각자 독자적으로 발전해 왔고 지금도 그 나라들만의 독특한 형태로 유지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문화가 우월하거나 열등하다고 보는 것은 아주 위험한 시각이며 특히 서양 역사 속에서 이러한 시각들이 세계사에 끼친 악영향을 우리는 목도해왔다. 이웃한 일본이 우리나라에 40년 역사에 끼친 악영향 속에서도 충분히 발견하며 경험했다. 그러한 시각의 위험성은 우월감 속에서는 이웃을 무조건 무시하며 자기 것만 고집할 것이며, 열등감 속에서는 우월한 이웃에 대해 공격적이며 이웃의 문화를 말살하는 결론을 가지고 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들은 히틀러나 일본 제국주의 역사 속에서 충분히 확인했다. 문화는 있는 그대로 존중받아야 하며 있는 그대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우월과 열등의 잣대로 봐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만들어가는 인간관계 속에서도 이런 현상은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상대방의 풍요와 그것을 누림을 바라보는 시각들이 무조건 부러워하는 쪽과 또 한편으로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들이 아주 많이 존재한다. 그것들로 인간관계의 골이 깊어지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보게 된다.

문화를 보는 시각과 마찬가지로 인간관계도 내가 더 가지고 있다고 상대방을 무시할 수 없으며, 또 내가 많이 누리지 못한다고 열등하다거나 이유없이 누리고 있는 자들을 공격할 수는 없는 것이다. 둘 다 내면의 가난함을 드러낼 뿐이다.

문화의 형태가 어떻든 그 문화는 누구에게서라도 존중받아야 하듯 우리의 존재가치도 얼마나 누리는가 아닌가에 따라 존중받는 것이 아니라 처한 상황이 어떻든 간에 그 자체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상충 바리톤'이깐딴띠 음악감독 belcanto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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