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2년째 가동률 27%…입지 잘못 물류비만 상승
정부가 수천억원을 들여 조성한 칠곡 지천면의 영남내륙권 물류기지(이하 영남물류기지)가 2년째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영남물류기지의 최대 고객인 구미와 대구지역의 수출업체들이 물류비 상승을 이유로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업체들은 영남물류기지가 잘못된 입지 선정으로 물류비 상승을 유발하고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썰렁한 영남물류기지
영남물류기지는 국비와 민자 등 2천427억원을 투입해 2010년 11월 완공했다. 45만6천㎡ 부지에 화물취급장 7동과 집배송센터 3동의 시설을 갖췄다. 연간 일반화물 357만t과 컨테이너 33만TEU(20피트 컨테이너 기준)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정부는 당초 영남물류기지가 구미'달성'왜관공단 등 영남내륙지역의 수출 물동량 처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연간 981억원의 물류비가 절감되고 생산유발효과 4천747억원과 일자리 3천636명도 생겨날 것이라는 분석도 제시됐다.
그러나 개장 2년째를 맞는 영남물류기지의 가동률은 27%에 그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처리한 컨테이너도 4만TEU로, 설치 용량의 12%에 불과하다. 결국 사업자인 영남복합물류공사는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지난해 9월 경영진을 교체했다. 또 철도 운송 컨테이너 야적장도 철도 운송 사업자인 금강물류㈜가 지난해 11월 수지악화를 이유로 철수하면서 가동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수출 물동량 운송 기능을 완전 상실했고, 택배 등 일반화물 취급장 기능만 유지하고 있다.
식당'편의점 등 주변시설들도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고, 새로 문을 연 경부고속도로 칠곡 물류 톨게이트도 근무 직원은 15명인 데 비해 하루 차량 통행량은 1천200여 대에 불과한 형편이다.
◆현실 외면한 입지가 문제
영남물류단지가 '애물단지' 신세가 된 데는 입지 선정 과정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995년 건설교통부는 대구경북 복합화물터미널을 김천 아포읍 대신리 일대에 건설하겠다고 했다가 칠곡으로 입지를 바꿨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부가 최대 이용고객이 될 구미지역의 수출업체나 관련 기관들의 입장은 외면했다는 것. 한 물류 전문가는 "영남물류기지의 물동량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구미공단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입지 결정이 영남물류기지의 개점휴업 상태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구미 수출업체들은 영남물류기지보다 11㎞ 더 가까운 칠곡 약목면의 철도CY를 선호하고 있다. 영남물류기지는 칠곡군 약목CY에 비해 40피트 컨테이너당 추가 비용이 5만원가량 더 발생해 구미 수출업체 전체적으로는 연간 50억원의 물류비 부담이 더 늘어난다는 게 이유다. 이 때문에 수출업체들은 기존에 이용하던 칠곡군 약목면의 구미철도CY가 지난해 5월 폐쇄되자 물류량의 절반은 약목역의 약목CY로, 나머지 절반은 육로 운송으로 전환했다. 육로 운송은 철도 운송 방식에 비해 물류비가 50%가량 더 들지만 거리가 먼 영남물류기지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물류비가 싸다는 것이다. 대구지역 수출업체들도 부산항과 반대 방향인 영남물류기지로 가면 물류비가 더 든다는 이유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형편이다.
◆활성화 방안 마련 시급
구미 수출업체들은 폐쇄된 구미철도CY를 다시 운영하거나 구미에 연간 30만TEU 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철도CY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수출업체 한 관계자는 "입지부터 잘못된 영남물류기지 조성으로 정부가 기업을 되레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남물류기지를 운영하는 영남복합물류공사 측은 화주들의 비용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업체들과 협의를 하고 있지만 물류비용 차이가 너무 커 구미지역 수출업체들을 유인할 대책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국토해양부와 영남복합물류공사는 뒤늦게 물류전용 용지에 유통'제조업체 등이 들어설 수 있는 물류기지 용도변경안을 추진 중이다. 물류기지 내에 기업을 유치해 물류기지 이용을 활성화하겠다는 복안인 것. 그러나 부지 용도 변경과 기업 유치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개점휴업 상태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칠곡'이영욱기자 hello@msnet.co.kr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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