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현장에서 농민들의 불편사항을 귀 기울여 듣고 꼭 메모를 합니다. 필요하면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도 찍죠. 이런 것들이 모여 아이디어가 되고 개선안을 생각하다 보니 지금까지 많은 농자재 발명품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류정기(47) 연구관은 이런 노력의 결과 '발명왕'이자 '신지식인'이며 '행정의 달인'으로 통한다. 지금까지 그가 발명한 농자재는 42종, 모두 특허를 받았으며 이 중 26종은 기술이전이 이뤄져 상용화됐다.
자르고 베는 기능을 조합한 작업용 가위칼부터 톱니 기능을 첨가한 미끄럼방지용 전정가위, 고령화된 농촌사회에서 40~50㎏ 정도 나가는 무거운 작물박스를 쉽게 적재할 수 있는 리프트형 전동 핸드카에 이르기까지 그가 발명한 농자재들은 하나같이 영농현장에서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대부분의 농민들은 영농현장에서 자신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고 그 해결책을 공유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개선할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습니다. 제 발명품들은 어찌 보면 농민들의 제안을 구체화시키는 작은 노력에 불과합니다."
류 씨의 겸손에도 불구하고 현재 그가 고안 중인 '야광 배낭'의 경우 밤늦게 일하고 귀가하는 농민들의 안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다. 특히 그의 발명품 중 농기계용 진동식 안전 후미등은 경운기의 털털거리는 진동과 태양광을 이용, 후미등이 점멸식으로 깜박거리도록 고안돼 있어 야간 안전운행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는 매년 10가지 이상의 농자재 및 농업정책에 대한 아이디어 제안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의 지난해와 올해 다이어리에는 현장에서 청취한 사소한 일들까지 빼곡히 적혀 있다. 이도 모자라 주머니 수첩에도 올해의 농업정책과 스스로 할 일 등을 빈틈없이 적혀 있었다.
"제 아이디어의 원천은 생활 주변에서 불편한 것을 해결하려는 작은 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대구대학교 축산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그는 일과 공부를 병행하면서도 주말마다 영농현장을 빠뜨리지 않고 방문할 뿐 아니라 전국 10여 종의 신문을 구독하면서 영농 관련 기사를 한 건도 빠짐없이 스크랩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농업정책 관련 제안을 할 때 바뀐 사안이 얼마나 현장에서 현실성이 있는지를 생각하고 이를 다시 농민들과 상의해 최적의 정책이 되도록 하고 있다는 것.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으로서의 자세를 가지고 있는 그는 2010년 지방행정의 달인, 2011년 최우수 신지식인에 선정됐으며 지난해 기술거래사를 신청해 이달 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요즘 경북농업기술원을 찾는 몽골, 베트남, 필리핀, 라오스 등지에 온 많은 해외 농업담당 공무원들에게 경북의 선진농업기술과 각국의 사정에 적합한 맞춤형 농업을 홍보하는 데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전국의 공무원이 1년에 한 개씩 정책제안을 한다면 우리나라는 현재보다 나은 국가가 될 것입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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