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 신인상파 유화 곁들여 읽고 보는 헤밍웨이 대표작

입력 2013-01-19 16:58:24

노인과 바다/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공경희 옮김/펭귄 카페 펴냄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미국 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소설가다. 신문사 기자 출신으로 1차 세계대전 때 적십자사 구급차 운전사로 참전했다 큰 부상을 당한다. 이후 유럽 곳곳을 누비며 취재하고 글을 썼다. 유럽 망명자들을 일컫는 '잃어버린 세대'에 주목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후 쿠바에 농장을 소유하고, 청새치를 잡기 위해 배를 구입했다.

헤밍웨이의 모든 경험이 버무려져 전쟁과 연애 이야기를 다룬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의 명작이 나왔다. 하지만 역시 그의 문학세계에서 결정적인 카운터펀치는 '노인과 바다'. 이 작품은 그에게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안겨줬다. 쿠바의 집에서 청새치 낚시에 관심을 갖던 중 '노인과 바다'를 썼다. 이 때문에 헤밍웨이를 추억하는 수많은 세계인들이 미국 플로리다 해안과 쿠바 일대의 그의 흔적(단골 술집, 낚시를 하던 곳 등)이 있는 곳을 지금도 찾고 있다. 대문호란 이런 것이다.

'노인과 바다'는 이미 전 세계 수많은 출판사에서 다양한 형태로 편찬, 출간했다. 이번에 펭귄 카페에서 펴낸 이 책은 그 중에서도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시대의 마지막 신인상파 화가인 미국의 윈저 조 이니스가 신선한 화풍, 탁월한 감각으로 아름다운 유화를 입혀 명작의 가치를 더 높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화가는 '노인과 바다'를 읽고, 자신이 상상한 바를 여러 컷의 유화로 담아냈다. 한마디로 아름다운 내용이 아름다운 그릇에 담긴 것이다.

영미문학 번역의 베테랑도 신 버전 '노인과 바다' 출간의 주역이다. 영미문학 번역의 대가로 불리는 공경희 번역가는 "매 순간순간을 이미지로 그려본 후 번역에 임했다"고 말했다.

'노인은 작은 배를 타고 걸프 멕시코 만류에서 홀로 고기를 잡았다'로 시작하는 이 명작은 인간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비극과 비극에서 피어나는 희망 이야기다. 노인의 고기잡이 여정은 인간이 겪는 비극적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노인은 바다에서 큰 고기를 잡는 것을 평생의 꿈으로 간직하며 살아가는 천생 '어부'인 보통 인간의 모습이다. 큰 고기가 낚싯줄에 걸려든 이후 버티는 밤낮의 시간 동안 노인은 매우 고달프다. 매 순간이 처절한 우리 인간의 삶이 바로 노인이다. '노인은 사자들이 나오는 꿈을 꾸고 있었다'는 문장으로 대단원이 맺어지는 희대의 명작을 다시 만나보자. 224쪽, 1만2천500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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