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잔씩 술∼술∼ 전문 주당?…금복주 주류연구원들

입력 2013-01-19 07:24:47

'참소주' 시리즈 개발 산실 주정+물+증류주 블랜딩 제조 공정마다 맛

금복주 주류연구원들은 매일 100잔의 술을 맛보며 새로운 술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금복주 주류연구원들은 매일 100잔의 술을 맛보며 새로운 술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1년 365일 술 마실 생각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금복주 주류연구원들. 이들은 맛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 하루 100잔의 술을 주저하지 않는다.

"아마 세상에 나와 있는 술 한 잔씩은 다 마셔봤을 거에요." 금복주에는 20년차 차장부터 입사 2년차 사원까지 전문 주당(?)들이 즐비하다.

◆저도주의 비밀

주류연구원의 과제는 새로운 술을 개발하는 일이다. 금복주 본사 연구실에서는 주로 소주에 대한 연구가 이뤄진다. 지역민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참소주' 시리즈가 모두 이곳에서 나왔다.

20년 동안 소주를 연구해온 황윤기(48) 차장은 "예전 소주는 25도였는데 소비자들의 취향이 부드럽고 목 넘김이 좋은 소주로 바뀌면서 메인 브랜드인 '맛있는 참'이 19도까지 낮아졌다"며 "수도권과 경남권에서는 이미 16도대 소주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소주의 도수를 낮추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희석식 소주로 분류되는 일반 소주에도 주정과 물 외에도 증류식 소주가 얼마나 블렌딩 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도수를 낮추기 위해 물만 더 섞게 되면 비릿한 물맛이 나게 되기 때문에 이 물맛을 없애는 게 저도주의 핵심이다. 황 차장은 "보통 물만 섞으면 저도주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소주에 들어가는 각종 첨가물로 맛을 살리는 게 어렵다"며 "또 최근에는 미네랄 워터 등 각종 기능성을 첨가하는 소주 개발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상 모든 술을 맛보다

연구실에는 수백 병의 술이 진열돼 있다. 금복주 브랜드 주류뿐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의 소주에서부터 양주, 담금주까지 연구실 안에는 묵은 술과 새 술들의 향이 가득하다. 이곳에서 주로 연구하는 술은 소주지만 다양한 술을 맛보고 테스트하기 위해 전국 각지와 세계 곳곳에서 구해온 술들이다. 자사의 소주뿐 아니라 다른 회사의 소주와 여러 가지 술을 비교해서 연구하기 위해 다양한 술을 맛본다.

연구원들의 또 다른 업무 중 하나는 제조 공정을 통해 나온 술을 확인하는 일이다. 공정마다 샘플을 뽑아 제품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온도나 보존상태에 따라 변질이 일어나지 않는지도 체크한다.

연구와 제품 품질 확인을 위해 매번 맛을 보다 보니 연구원들은 하루 평균 80~100잔의 술을 테스트한다. 향을 맡고 맛을 본 뒤 술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1잔에 소량을 따르기는 하지만 하루에 맛보는 양으로 치면 소주 1병이 훌쩍 넘는다. 20년간 주류연구원 생활을 해온 황 차장은 맛본 술만 소주로 치면 5~6천 병이 넘는 셈이다.

신재훈(39) 대리는 "조금씩 맛을 보고 뱉어내는 경우도 있지만 목 넘김을 알아보거나 첫맛과 끝맛 등을 알기 위해 완전히 마셔야하는 경우도 많아 테스트를 하다 보면 종종 취하기도 한다"며 웃었다.

◆주류연구원에 대한 오해와 애환

아예 술을 먹지 못하는 체질이라면 주류연구원 업무를 할 수 없다. 그래서 연구원을 뽑을 때 보는 면접에서 주량을 물어본다,

이해준(32) 사원은 "술을 잘 먹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지만 지인들과 술을 마셔보면 주량은 평균 수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술과 늘 함께하는 주류연구원들은 오히려 맘 놓고 술을 마시지 못한다. 술을 많이 먹고 다음 날 컨디션이 나쁘면 술 맛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미각과 후각을 사용해 하는 일이다 보니 짜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도 거의 먹지 못한다.

이 사원은 "감기라도 걸리면 일을 전혀 할 수 없어서 연구원들 모두가 스스로 건강관리를 위해 열심이다. 술을 자주 마셔 건강하지 못할 것이라는 오해도 많이 받지만 오히려 항상 컨디션을 신경 쓰다 보니 건강상태가 좋다"고 말했다.

한 번씩 증류식 소주 제조나 발효과정에 참여하면 온몸에는 술 냄새가 밴다. 그런 날이면 괜히 가족들에게 미안해지기도 한다. 황 차장은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초등학생 딸이 아빠가 술 만드는 사람이라며 울음을 터뜨렸던 것. 황 차장은 "아마 어린 딸은 술은 나쁜 건데 아빠가 술을 만든다니 아마 놀랐던 모양"이라며 "연구실에 데려와 첨단 장비들을 보여주고 아빠가 하는 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줬더니 요즘은 오히려 친구들에게 자랑한다"며 미소 지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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