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명품브랜드는 안다, 당신의 허영심을

입력 2013-01-19 07:38:04

환율 올라도 내려도 가격 인상 배짱 장사

수입 명품 브랜드들이 환율이 오를 때는 재빨리 가격을 인상하면서 환율이 내려도 가격을 인하하지 않거나 오히려 올리고 있어 소비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수입 명품 브랜드들이 환율이 오를 때는 재빨리 가격을 인상하면서 환율이 내려도 가격을 인하하지 않거나 오히려 올리고 있어 소비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수입 명품 브랜드들이 원'달러 환율 하락에도 가격을 올려 비난을 사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환율이 오른다는 이유로 일제히 가격을 올린 후 환율이 떨어질 때에도 가격을 올리는 '배짱 장사'를 하고 있는 것. 유통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이 명품 브랜드들의 마케팅 수단이라는 반응이다.

◆환율 오르기가 무섭게 가격 인상

지난해 1월 에르메스는 가방과 액세서리류의 가격을 평균 5% 올렸다. 에르메스의 인기 제품인 '켈리백(35)'과 '버킨백(30)'의 경우 각각 921만원에서 998만원, 1천90만원에서 1천190만원으로 올랐다. 뒤이어 2월 샤넬도 가격을 올렸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클래식 캐비어 미디엄'은 550만원에서 600만원, '2.55 빈티지 미디엄'은 610만원에서 670만원으로 올랐다.

당시 이들이 제시한 가격 인상의 주된 이유는 환율이었다. 2011년 8월 1천48원까지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월 1천161원까지 올라갔다. 5개월 사이 환율이 10.8%나 오른 것. 에르메스와 샤넬은 환율 외에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을 인상 요인으로 설명했다.

이들의 사례처럼 환율이 오르면 수입 명품 브랜드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줄줄이 가격을 올린다. 명품 화장품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초에는 에르메스와 비슷한 시기에 환율 상승을 이유로 명품 화장품들의 가격 인상이 이어졌다. 에스티로더그룹 브랜드인 에스티로더, 바비브라운, 맥, 크리니크 등은 지난해 3월 가격을 최대 14% 올렸고, 로레알그룹의 랑콤과 키엘도 각각 1월과 2월에 가격을 인상했다. 당시 바비브라운의 경우 '팟루즈 포 립스 앤치크'의 리뉴얼 제품을 선보이면서 기존 11g이었던 용량을 3.7g으로 대폭 줄이고, 가격은 동일하게 유지하는 꼼수를 써 소비자들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2008년 11월에도 원'달러 환율이 1천300원대로 치솟으면서 루이비통, 샤넬, 구찌, 불가리, 에르메스, 프라다 등 대부분의 명품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샤넬의 한 가방제품은 310만원에서 401만원으로 30% 가까이 가격이 올랐었다. 당시 샤넬 등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몇몇 명품 브랜드들은 가격 인상을 예고한 뒤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두려는 소비자들이 몰려 백화점 명품 매출이 급증하기도 했다.

◆환율 내려도 가격 올리는 역주행 명품

지난해 6월 이후 원'달러 환율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6월 1천180원이었던 환율은 올 들어서는 1천50원대까지 떨어졌다. 유로화 또한 지난해 4월 1천506원에서 1천400원대 초반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환율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던 명품 브랜드들은 가격을 인하하기는 커녕 오히려 인상하고 있다.

구찌의 경우 지난 14일 인기 품목을 중심으로 핸드백과 지갑의 가격을 4~11% 인상했다. 구찌의 소호 토트백은 195만원에서 203만원으로 오르고, 59만원대인 다이스 지갑은 65만원으로 10% 인상됐다. 56만원인 지지 피어스 지갑은 62만원으로 11% 올랐다.

프라다도 지난달 가방과 지갑 등의 가격을 인상하며 환율 하락세를 보인 지난 한 해 3번이나 가격을 올렸다. 루이비통도 지난해 10월 가죽제품 가격을 3% 올렸고, 샤넬은 지난해 10월 향수 등을 평균 8% 인상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정부 측이나 전문가들은 한'EU FTA로 인해 명품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파악했지만 오히려 가격은 역행하고 있다"며 "명품 브랜드들은 워낙 고자세여서 백화점 측이 가격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을 뿐 관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명품 화장품들은 지난해 연말부터 가격을 낮추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에스티로더는 지난 연말 아이섀도 제품 4개의 백화점 판매가격을 3만4천원에서 3만1천원으로 8.8%, 갈색병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베스트셀러 '어드밴스트 나이트 리페어'의 75㎖ 용량 제품을 50㎖ 가격인 15만5천원에 판매했다. 디올은 '원 에센셜 50㎖ 기획 세트' 제품을 18만5천원에서 17만5천원으로 가격을 5.4% 내렸고, 랑콤도 'UV 엑스퍼트 비비크림' 등 12종의 가격을 최대 16.7% 내렸다.

하지만 화장품 브랜드들이 가격을 내린 것은 환율 하락 때문이 아니라 불황으로 인한 매출 하락이 원인이다. 국산 화장품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가격 하락 마케팅을 선택한 것.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들이 1년에 제품가격을 3번 이상 올리는 등 안하무인격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인상을 앞두면 손님이 몰리는 현상을 이용한 마케팅의 일종이기도 하다"며 "소비자들이 현혹되지 말고 불필요한 명품 사재기를 자제해 현명한 소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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