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 기억의 공간/구승회 지음/북하우스 펴냄
이 글은 건축과 공간에 대한 개인적인 소소한 경험이 녹아 있는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영화 '건축학개론' 총괄 건축자문과 제주도 '서연의 집'을 디자인한 구승회 씨. 영화 '건축학개론'에 나온 장소와 공간을 통해 일상의 공간들이 가지는 의미들을 이야기하고, 저자의 몇몇 장소들에 대한 회상이 주를 이룬다. 골목, 옥상, 등 듣기만 해도 정겨운 공간들이 이 책을 수놓는다.
왜 사람들은 골목을 좋아할까? 그것은 '사람의 부재'와 '작고 다양한 문'이라고 말한다. 골목의 첫 번째 요소는 '사람'이며 빡빡한 도시 안에서 '부재'(不在)의 이미지가 전제된다.
좋은 도시와 거리의 조건에는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다양한 속도가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의 여건이다. 다양한 속도의 흐름들이 적절하게 어우러질 수 있는 곳이 좋은 거리의 공간이다.
제주도 서연의 집에서도 몇 가지 일관성이 담겨 있다. 긴 수평성, 옆으로 누운 끝없이 길고 가느다란 선에 어울리는 집이 바로 서연의 집이었다. 또 '경계의 점유'다. 공간에는 어느 곳에나 분명하건 불분명하건 경계가 있다. 그렇게 경계가 생기는 부분을 우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것을 영화에서 구현한다.
이처럼 건축가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에 없는 것들의 모습을 꿈꾸고 그런 것들이 구현되면 얼마나 아름답고 편리할지를 이야기하는 이야기꾼이다. 우리가 꿈꾸는 공간이 어떻게 생겼고, 그 안을 어떻게 돌아다니며, 햇빛은 어떻게 들어오고 그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이야기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준다. 여기에 아련한 영화의 이야기가 곁들여져 감성을 자극한다. 320쪽, 1만3천800원.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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