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자기소개서

입력 2013-01-18 11:10:45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대학 4년생 40%가 취업난 때문에 졸업 연기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적인 일자리는 고사하고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구하기 힘든 현실이니 사회 진출을 조금 늦춰서라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겠다는 벼랑 끝 자구책인 셈이다.

현재 15~29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7.5%다. 전체 실업률(2.9%)의 3배에 이르는 수치다. 하지만 실질적인 청년 실업률은 공식 통계와 달리 20%가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청년층 인구 중 비경제활동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56.33%인 점을 감안하면 무리한 주장도 아니다. 청년실업률 56.5%라는 스페인보다는 낫다고는 하나 별 차이도 없다.

이처럼 청년백수나 비정규직에 내몰리니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 용어가 회자된다. 사람 만나기가 무서워 인간관계마저 포기하는 '사포세대'까지 등장했다. 여파도 크다. 소위 88만원 세대의 비자발적 싱글 상황은 낮은 출산율을 부르고 있다. 2011년 기준 초혼 연령이 남성은 평균 31.9세, 여성은 29세를 넘겨 30년 전에 비해 무려 5, 6세나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낱같은 기회를 얻기 위해 화려한 스펙으로 자기소개서를 채우고 외모에 각별히 신경 쓰는 풍조 또한 낯설지 않다. 면접관의 눈에 띄는 소개서나 호감 가는 외모는 취업의 1차 관문이기 때문이다. 차별화되지 않는 자기소개서로는 가망이 없다는 사실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어느 미국 대학생의 자기소개서가 월스트리트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뉴스다. 소개서는 "커피 심부름을 시키든, 구두를 닦으라고 하든 상관없다. 솔직히 말해 프로들과 한번 같이 지내보고 싶다"고 했다. "내가 당신 회사에 얼마나 적합한 인재인지를 설명하는 헛소리로 시간 낭비하지 않겠다. 난 엄청난 기술을 가진 사람도 천재도 아니지만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받은 것처럼 성실히 일할 수 있다"는 대목에서는 "지금까지 받아본 최고의 자기소개서"라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취업전선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자기소개서 하나에도 고민하는 청년들의 분투가 눈물겹다. 이러다 큰 이상을 강조한 민태원의 '청춘예찬'마저 고쳐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직 청춘에게만 구할 수 있는 용기와 아름다움을 누가 부인하겠나. 가까운 미래의 주인공인 그들에게 지금의 가혹한 현실이 야속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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