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를 즐기는 아이들] 빙어낚시

입력 2013-01-17 14:09:32

"물었다" 참고 기다렸더니 재미난 '인내공부'

빙어낚시에도 아이들이 몰리고 있다.

이달 11일 경북 의성군 사곡면 매곡리 대산지. 꽁꽁 얼어붙은 저수지 위로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불어댄다. 저수지 한가운데 자리 잡은 부자(父子)가 얼음구멍을 둘러싸고 쭈그리고 앉아 이제나저제나 빙어 입질을 기다린다. 기다림이 길어진다. 찬바람은 숨을 죽이고, 차가운 얼음장 아래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은 흐름을 멈춘 듯 정적에 빠졌다. 끝없이 이어지는 무념무상의 시간. 미동조차 않던 찌가 긴 침묵을 깨고 작은 꽃잎처럼 가늘게 흔들린다. 재빨리 낚아챈다. 그러나 손맛은 느껴지지 않는다.

은회색 빙어가 힘찬 몸짓을 하며 바깥세상을 나와 춤을 춘다. 몸을 꼬던 아이는 새끼손가락만 한 빙어 한 마리가 낚싯줄에 달려 올라오자 자지러질 듯 좋아한다. 팔딱거리는 빙어를 바라보는 아이 눈에는 호기심이 한가득이다. 오경희(43'의성군 의성읍) 씨는 "기분 전환도 할 겸 아들과 가끔 옵니다. 지난주에는 입질이 좋았는데, 오늘은 별로 신통치 않네요. 입질이 뜸할 땐 지루하죠. 참고 기다리는 것도 좋은 공부이니까."

오 씨는 빙어낚시는 기다리는 공부와 함께 아이에게 생생한 체험의 장이 될 수 있어 괜찮은 겨울 레포츠라고 말했다. "아들과 꽁꽁 언 얼음 위에서 낚싯대를 통해 전해지는 짜릿한 손맛을 느끼다 보면 어느새 겨울 추위는 저만치 달아납니다."

아들 규민(9) 군은 "이 정도 가지고 뭐, 춥지 않아요. 제가 열이 많거든요. 아빠 따라 자주 낚시질을 해봐서 그런지 빙어낚시도 문제없어요. 오늘따라 입질이 시원찮은 게 문제지요. 저는 산 빙어도 먹어요." 규민 군은 빙어 낚는 재미와 먹는 즐거움. 그리고 아빠와 함께할 수 있어 겨울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겨울 추억거리를 만들기 위해 대산지를 찾은 이상균(45'대구 수성구 지산동) 씨 가족. 1시간이 지났지만 다섯 마리밖에 잡지 못했다. "춥긴 해요. 하지만 아이들이 낚시를 즐기는 것 같아 좋습니다. 좋은 추억거리가 되겠죠. 그나저나 입질이 잦았으면 좋겠어요."

부인 김상희(42) 씨는 "잡는 재미가 있네요. 한꺼번에 두 마리가 올라올 때는 신나지요. 다만 구더기 미끼가 징그러워 남편에게 부탁하는 것이 좀…"이라며 웃는다. 딸 서연(10) 양은 "얼음 속에서 빙어를 낚는 게 신기해요. 처음인데 빙어가 잡혀서 재미있어요. 빙어는 또 예쁘잖아요. 잡다 보니 추운 것도 잊는 것 같다"고 했다.

◆빙어낚시 요령과 채비

낚시 방법은 어려울 게 없다. 특별한 기술이나 고가의 장비가 필요 없기 때문에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이 빙어낚시이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꽁꽁 언 얼음에 구멍을 뚫고 낚싯대만 드리우면 된다. 낚시 용품은 크게 준비할 게 없다. 가격도 몇 천원으로 싸다. 미끼는 주로 양식 구더기를 사용하는데 미끼도 한 통에 몇 천원이면 살 수 있다. 낚싯대 외에도 얼음을 뚫을 수 있는 얼음끌과 깨진 얼음을 떠내는 얼음 뜰채 등이 필요하지만 굳이 구입할 필요는 없다. 빌려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가운 얼음 위에서 앉아서 낚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방한 대책과 의자 준비는 필수다. 두꺼운 방한복과 마스크, 모자, 장갑 착용은 기본이고 주머니에 핫팩을 넣어가면 추위를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 바람 피할 곳이 없기 때문에 바람막이용 텐트가 있으면 가져가는 것도 좋다.

의성IC낚시(054-832-8606) 한갑수 대표는 "빙어낚시터 근처 낚시점에 가면 찌맞춤이 돼 있는 견지낚싯대를 구입할 수 있다"고 했다.

전국에 빙어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은 많다. 대구경북에서는 구미 백현지와 의성 대산지'금봉지'안지곡지, 상주 상판지, 그리고 경남 합천호 등이 빙어낚시터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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