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도 '서울 집중'…신참 판사 대구 지원 고작 2명

입력 2013-01-17 07:59:50

희망자 점점 줄어드는 지역법관

지역법관의 인기가 지역 법조계의 경제적 어려움, 서울 집중화 현상 등으로 시들하고 있다. 사진은 대구법원 전경. 우태욱기자
지역법관의 인기가 지역 법조계의 경제적 어려움, 서울 집중화 현상 등으로 시들하고 있다. 사진은 대구법원 전경. 우태욱기자

전국 법원으로 순환 근무하지 않고 대구'대전'광주'부산 등 고등법원 관내 4곳 중 한 곳에 부임해 최소 10년 이상 근무하는 지역법관의 인기가 시들하고 있다. 지역법관은 고향 정착 등 안정된 생활을 원하는 법관들 사이에 인기를 끌면서 법조계의 대표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지만 지역 법조계의 경제적 어려움, 서울 집중화 현상 등으로 희망자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법관의 역피라미드

신규 지역법관이 줄어들면서 지역법관의 역피라미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역의 법관들은 "후배 지역법관 수가 줄어드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고 말할 정도다.

실제 대구지방법원의 경우 전체 지역법관 중 부장판사 이상의 수가 단독 및 배석판사 수를 추월했다. 2005년 총 64명의 지역법관 중 부장판사 이상은 19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경우 총 지역법관 59명 중 부장판사 이상이 31명으로 단독 및 배석보다 부장판사 이상이 더 많았다.

전체 법관 수가 평균 100명 안팎인 대구지방법원의 경우 전체 지역법관 수는 2005년 64명, 2006년 67명, 2007년 66명, 2008년 61명, 2009년 58명, 2010년 61명, 2011년 63명, 지난해 59명으로 들쭉날쭉하면서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장판사 이상 지역법관 수는 2005년 19명에서 2006년 22명, 2007년 23명, 2008년 26명, 2009년 31명, 2010년 28명, 2011년 30명, 2012년 31명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반면 대구 근무를 희망한 신규 지역법관의 경우 한 해 평균 4, 5명, 많을 땐 10명 정도 됐지만 현재 대구지법에서 가장 후배에 해당하는 판사 1~4년차(사법연수원 38~41기)의 경우 단 2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 고참 판사는 "매년 지역법관 전체 수는 비슷한 것 같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고참 단독 판사나 부장판사 이상급이 상당수"라며 "전관예우법 개정, 평생법관제 시행 등으로 고참 지역법관들이 퇴직하지 않고 법원에 남는 경우가 많아지고 신참 지역법관은 줄어 지역법관 중 고참 및 부장 이상급 법관들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법원 관계자는 "신규 지역법관 신청자 수 및 허가 여부는 법관 인사에 관한 사항으로 밝히기가 힘들다"며 "다만 대구권은 지역법관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고, 지역법관은 신청 사유, 해당 권역의 인력수급 등 제반사정을 고려해 허용 여부가 결정된다"고 밝혔다.

◆경제적 어려움 및 서울 집중화 심화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신규 지역법관이 갈수록 줄고 있는 이유를 법관의 서울 집중화 현상 심화 및 경제적 입지 축소 등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속칭 '전관예우법'이 개정되고 수도권 대형 로펌의 지역 진출이 늘어나면서 지역에서 변호사 개업하기도 어려워져 지역법관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

개정된 '전관예우법'에 따르면 법관 퇴임 후 1년간은 관할 법원 재판을 맡지 못하도록 제약하고 있어 지역법관 출신 입장에선 치명타다. 그러나 서울(경판)의 경우 중'동'서'남'북 등 지방법원만 5개나 되고 서울고등법원, 서울행정법원, 서울가정법원 등도 있어 전관예우법 개정에 따른 불이익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지역 대학 출신 법관이 줄어들거나 지역 출신 중 서울의 대학을 졸업한 법관들이 서울에서 자리를 잡으려는 경향이 심화되는 등 법조계의 서울 집중화 현상도 대구권의 지역법관이 줄어든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뒤 대구에서 지역법관을 지낸 한 변호사는 "대구를 마다하는 것은 경제적인 의미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는데 한마디로 대구에선 더는 비전이 없다는 것"이라며 "예전처럼 지역 출신의 서울대, 연'고대 등 대학 졸업생들이 지역에 와서 지역법관을 해야 하는데 지역법관 퇴임 후 희망이 없고 경제적인 불이익만 있으니 지역법관을 선호하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법원, 제도 개선 통해 유지

대법원은 '최근 지역법관 신규 신청자가 소폭 감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지역법관 수는 일정한 수를 유지하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권의 경우 지역법관 비율이 가장 높은 권역이지만 자리가 충분하지 않아 초임 지방법원 부장들이 다른 권역에서 근무하고 나가다 보니 실제 대구권에서 근무하는 지역법관이 다소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

대법원 관계자는 "법조일원화를 시행하는 영미법계 국가뿐 아니라 경력법관제 시행 국가 대부분도 법관을 특정 법원에서 근무하도록 임용한다. 전국적인 법관 전보 인사를 실시하는 국가는 개발도상국을 제외하면 일본과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지역법관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로스쿨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지역법관이 더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법원은 법관인사제도개선위원회의 건의에 따라 지역법관제 개선 방안의 하나로 2013년 정기인사 때부터 권역 외 근무를 희망하는 지역법관에게 2년 동안 다른 권역에서 근무할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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