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실수가 만든 아픈 역사 '한국전쟁'

입력 2013-01-12 08:00:00

역사를 바꾼 100가지 실수/ 빌 포셋 지음/권춘오 옮김

1950년 1월 12일, 미국 국무장관 딘 애치슨은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미국의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소련, 중국, 그리고 그 위성 공산국가들에게 보내는 경고였다. 애치슨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영향권이 전세계로 확대되었다면서, 미국의 영향권에 속하는 국가에 대한 공산권의 침략이나 공산화 혁명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말하며 일본만 언급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갓 독립한 남한은 그의 발언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어 트루먼 당시 미국 대통령이 남한을 원조하기 위해 6천만 달러를 요청했을 때, 국회는 법안통과를 거부했다. 트루먼은 민주당 출신이었고, 의회는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던 때였다. 남한 군대를 현대식 무기로 정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500명의 자문단과 교육인원에게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법안 역시 193대 192라는 아슬아슬한 표 차이로 무산됐다. 모스크바의 스탈린과 평양의 김일성은 '미국이 한국을 버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1950년 6월 25일, 김일성은 38선을 넘었다. 무장도 빈약하고 체계도 없었던 남한군은 소총으로 탱크에 맞섰지만 소련의 지원을 등에 업은 북한군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독립 이후 국가재건 준비를 하던 한반도의 모든 산업시설과 기간시설은 파괴되었고, 남한은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했으며, 약 700만 명의 이산가족을 남겼다. 만일 미국이 좀 더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그래서 북한이 침공할 경우 미군이 개입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소련과 중공은 김일성의 공격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애치슨의 불분명한 언어사용이 빚은 엄청난 피해였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금주법이 시행되자 빌리 선데이 목사는 "슬럼가는 추억이 될 것입니다. 교도소를 공장으로, 감옥을 창고와 옥수수 저장고로 바꿀 것입니다. 남자들은 비틀거리지 않고 똑바로 걸을 것이고, 여자들은 미소를 지을 것이며, 아이들은 소리내어 웃을 것입니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미국 전역에서 금주법이 시행된 1920년부터 1933년까지 폭력, 조직범죄, 부패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금주법은 알 카포네와 같은 범죄의 제왕들이 활개 치는 수익성 높은 암시장을 만들었고, 마피아의 세력은 급속히 증가했다. 강도사건 발생 역시 현저히 증가했다. 살인사건은 무려 78%나 증가했고, 가게들은 불법 알코올 유통센터가 되었다. 금주법은 결국 1933년 폐지되었다.

금주법은 인간의 심성과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던 고상한 실험이었고, 미국 헌정사에 가장 큰 실수로 기록되고 있다. 금주법 폐지로 강도 살인 등 범죄는 다시 줄어들었지만 금주법 시행 당시 자라난 범죄조직과 관련한 폐해는 고스란히 남았다.

이 책 '역사를 바꾼 100가지 실수'는 실수가 만든 역사의 기록이다. 사리를 아는 사람이 저지른 멍청한 행위가 전쟁을 야기하고 왕국과 자신을 파멸로 몰아간 경우도 있고, 급한데다 손님은 많고 요리재료가 부족해 초콜릿을 쿠키 반죽 위에 얹어 굽는 바람에 탄생한 초콜릿칩 쿠키, 우수한 접착력과 깔끔하고 쉽게 떨어지는 테이프를 개발하려다가 실패하는 바람에 탄생한 포스트잇 등 실수와 실패가 인류 역사를 변화시킨 사례들을 묶었다.

책은 집에서든 전장에서든 연구실에서든 사람은 엄청나게 많은 실수를 저지른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많은 실수를 저질렀음에도 우리가 살아 있고, 심지어 번영하는 것은 삶의 역설인 동시에 정설이라고 덧붙인다. 일목요연하게 발전해왔을 것 같은 인류 문명이 사실은 비논리적이며, 때로는 혼란스럽기 그지없음에도 꾸역꾸역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수는 나쁘지 않다. 나쁜 결과를 가져온 실수는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니 긍정적 결과를 얻든 얻지 못하든 일단 시도를 해야 성취도 있고 실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실수 속에는 물론 보석도 포함돼 있다. 지은이 빌 포셋은 롤플레잉 게임회사 대표이며, 전쟁이나 전투의 역사에서 나쁜 결정을 내린 사례를 모아 여러 권의 책을 썼다. 637쪽, 2만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