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가 구름처럼 떠도는 현대인의 공간…김영현 '클라우드 맵'전

입력 2013-01-11 07:57:18

만질 수 없고 보이지 않지만 일상 속에서 강력한 지배력

김영헌 작-Electronic Cloud p1107
김영헌 작-Electronic Cloud p1107
김영헌 작-Electronic Cloud p1102
김영헌 작-Electronic Cloud p1102
김영헌 작-Electronic Cloud p1101
김영헌 작-Electronic Cloud p1101

그림 속에는 수상한 구름들이 가득하다. 정체불명의 구름들은 세상을 둘러싸고 묘한 파장을 일으킨다. 김영헌의 그림 속에는 마치 예지몽 같은 몽환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누오보갤러리에서 열리는 김영헌의 전시 '클라우드 맵'(Clioud map)은 이처럼 불투명성으로 인해 매혹과 공포를 동시에 자아낸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이미지들이기도 하고, 동시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그의 그림에는 만질 수 없고 보이지 않지만, 일상을 강력하게 지배하는 정보들이 공기나 구름처럼 떠있다. 기후나 기상현상과도 같이 편재하는 정보들은 크고 작은 인터페이스에 둘러싸여 사는 현대인에게 이미 도래한 현실이다. 에너지가 충전, 방사되는 듯한 파장이나 그 파장이 만들어내는 것들, 즉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온 전자구름은 물질과 몸의 만남인 회화를 통해 구현된다.

구름은 지구를 보호하고 생존하게 해주지만, 원자폭탄의 구름이라든가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난을 알리는 징후이기도 하다. 가상세계의 구름은 현실 속에서 직접적 파괴력을 갖기도 한다. 경계가 모호한 구름과 파장은 상징을 극대화한다. 작가는 선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는 파장으로 표현한다.

미술평론가 이선영은 "우리 주변을 에워싸는 다양한 인터페이스는 어느 시대보다 많은 접촉을 추동해왔지만 정작 실재와의 접촉은 금기시되어 있다. 작품의 전경에 놓이게 된 가상 세계는 그것을 추동하는 육체적 욕망 및 현실이 요구되며, 지배적 질서가 고착된 현실세계는 가상화될 필요가 있다"고 평했다. 가상공간과 실제의 경험과 뒤섞이는 혼성적 경험을 다루면서 회화는 유력한 매체가 된다는 것.

아바타 스타일의 얼굴 4개에 에너지 파장이 회오리 치는 꼬리들이 달린 동물이 등장하는 작품 등은 가상세계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이 녹아 있다. 대구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가의 전시는 22일까지 누오보갤러리에서 열린다. 053)794-5454.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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