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면 내게 와 가르랑~ 늦잠 많던 나, 버릇 싹 고쳐
동물의 하루 일과는 매우 규칙적이다. 밥 먹는 시간, 자는 시간, 노는 시간이 일정하며 심지어 매일 비슷한 시간에 머무는 장소도 동일하다. 몸이 아프다거나 하는 특별한 이상이 있지 않은 한 그들의 일상에는 그다지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체셔의 경우에도 야행성인 고양이의 습성대로 초저녁부터 자다가 새벽에 일어나 아침까지 움직이고는 다시 잠을 청하곤 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원래 그렇게 활달한 성격이 아니기도 하지만, 이제 중장년에 접어드는 체셔이기에 집안을 뛰어다니기보다는 매일 3, 4시쯤부터 반쯤은 졸면서 잠자는 내 옆에 머물다가 7시쯤 되면 몸을 일으켜 꾸준히, 아주 꾸준하게 내 잠을 깨운다. 복슬복슬한 자신의 몸을 나에게 비비기도 하고 촉촉한 코를 내 얼굴에 대고 일어나라고 가르랑거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내가 영 일어날 기미가 안 보일 때는 발로 툭툭 건드리기도 하고 목청껏 아옹거리기도 한다.
워낙 아침잠이 많은 터라 아무리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잠을 청하던 나였지만 일어나지 않는 이상 절대 꺼지지 않는, 그것도 보들보들한 털과 기분 좋은 골골거리는 노랫소리로 무장하고 새까맣게 반짝이는 동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이 알람(?)엔 두 손 두 발 다 들고 일어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계절이 겨울이라 아침이 늦게 찾아옴에도 매일 같은 시간에 나를 깨워서 함께 집 한 바퀴를 산책해야 하는 체셔의 고집은 나의 아침잠에 대한 욕구보다 훨씬 강하다.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이유 때문에 나의 습관에 변화가 생겼다. 가족들 모두 포기한 상태였던 나의 잠에 대한 무한한 욕구를 고양이 한 마리가 바꾸어줬기 때문이다. 정말 놀랄 만한 일이다. 사실 '세 살 버릇은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도 있듯 대부분의 습관이란 바꾸기 어려운 것이고 나 역시 버리지 못하는 습관들이 많다.
그러나 자신에게 합당한 습관을 바꿔야 하는 이유가 생기면 사람의 습관이란 것은 고칠 수도 없앨 수도 있게 되는 듯하다. 물론 살아가면서 그러한 당위성이 자주 찾아오진 않겠지만, 체셔는 그런 당위성을 가지고 내 인생에 찾아온 행복한 고양이 알람이 아닐까 한다.
장희정(동물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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