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보다 횡포 심한 이랜드 그룹

입력 2013-01-08 12:10:18

저가 공세로 동성로 상권 초토화…기존 입점업체 내쫓고 매장 직영

이랜드그룹은 대형소매점 업태에서 비켜나 규제를 덜 받으면서 골목상권을 붕괴시키고 있다. 이랜드가 2010년 인수한 동아쇼핑 전경.
이랜드그룹은 대형소매점 업태에서 비켜나 규제를 덜 받으면서 골목상권을 붕괴시키고 있다. 이랜드가 2010년 인수한 동아쇼핑 전경.

이랜드그룹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존 입점 업체를 내쫓고 직영매장으로 구성하는가 하면 판매수수료를 올리고 대구의 심장인 동성로 상권을 갉아먹고 있는 데 반해 규제에선 비켜나 있기 때문이다.

유통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 핵심 정책의 하나로 경제 민주화가 꼽히고 있지만 정작 이랜드는 대형마트와 업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규제를 덜 받고 있다"면서 "이랜드처럼 잘 드러나지 않는 재벌 기업이 오히려 경제민주화를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랜드 대형마트보다 더 나빠

이랜드가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동아백화점(5곳)과 동아마트는 온통 자체 의류 브랜드로 채워져 있다. 여기에 이랜드가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패밀리레스토랑인 애슐리와 외식업체 피자몰, 커피전문점 더 카페 등 '메이드인 이랜드'가 매장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동아백화점 쇼핑점의 경우 직영매장의 비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쇼핑점에는 12층 전층을 쓰는 애슐리를 비롯해 식품관과 더 카페, 침구'욕실용품'가구 등 생활용품 전반을 판매하는 모던하우스도 7층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여성, 아동 등의 패션 브랜드 또한 직영매장이 상당수다. 대부분의 백화점이 식품관을 제외한 매장을 수수료 매장으로 운영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심지어 이랜드는 수년간 운영해 오던 매장을 쫓아내듯 계약을 해지하고 자사 브랜드의 카페와 베이커리 '뺑드 프랑스'를 입점시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랜드 박성수 회장이 앞으로는 상생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이랜드는 유통업계에서 대형마트보다 더 악질로 통한다"며 "대기업들이 중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위해 베이커리 사업을 접은 것과 반대로 오히려 소상공인들의 설 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는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등 3대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중소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판매수수료를 인하하는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난 5월 이랜드 그룹은 NC백화점, 뉴코아아울렛, 2001아울렛 등에 입점한 패션업체들에 재계약 시점부터 수수료를 3% 일괄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수수료 인상을 통해 현재 평균 21% 수준인 수수료를 24%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 이랜드 측의 방침이었다. 거품 없는 수수료를 강조하고 있는 이랜드가 대형마트 내 입점한 의류 브랜드 수수료인 23~25%, 아울렛 10~15% 수준에 비해서도 낮지 않은 수수료를 요구한 것.

백화점 관계자는 "업체에 따라 3% 추가인상을 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계에서는 이랜드가 무리한 M&A로 인해 자금력이 부족하자 판매 수수료로 재정 악화를 극복하려는 시도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 공세에 눈물짓는 소상공인들

이랜드는 대구의 상징인 동성로 상권도 병들게 하고 있다. 이랜드는 동성로에만 20여 개 브랜드 매장을 보유, 저가 공세로 상권을 장악하면서 보세, 수제화, 야시골목 등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동성로 전통 골목 상권이 붕괴되고 있다.

보세 가방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근처 이랜드의 패션잡화 브랜드 비아니에서 가방을 3만~5만원대로 판매하고 있다.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 손님들이 가격까지 저렴한 제품으로 당연히 몰리지 않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랜드는 서문시장에도 자사 커피전문점인 '더 카페'를 진출시켰다. 서문시장의 분위기가 젊어지면서 커피전문점이 들어선 것은 1, 2년 전부터 있었던 현상이지만 더 카페는 주변 노점상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서문시장 내에 있는 다빈치, 엔젤리너스 등 커피전문점의 아메리카노가 3천~4천원대인 점에 비해 더 카페의 경우 아메리카노가 1천500원이다.

서문시장에서 음료 노점상을 하는 박모(63) 씨는 "내가 커피를 1천원에 팔고 있는데 저 앞의 커피전문점이 500원 더 비싼 커피를 팔다 보니 내게 커피를 사먹던 상인들까지도 저 가게에 뺏겼다"며 "박리다매로 이윤을 남기는 모양인데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상인들 먹거리까지 넘보다니 해도 너무 한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msnet.co.kr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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