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송양지인

입력 2013-01-07 10:49:49

고사성어 가운데는 세월이 흐르면서 처음 뜻과는 조금 다르게 이중적으로 쓰이는 것이 꽤 있다. 잘 알려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나 우공이산(愚公移山), 미생지신(尾生之信) 등과 함께 송양지인(宋襄之仁)도 이중의 뜻이 있다.

중국 춘추시대 송 양공은 맹주 자리를 놓고 초(楚)와 싸움을 벌였다. 강을 사이에 두고 송의 군대는 먼저 유리한 곳에 진을 치고 있었지만, 양공은 적군이 강을 건너올 때 공격하자는 주변의 건의를 듣지 않았다. 이상주의자였던 그의 답은 상대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 공격하는 것은 어질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어 적군이 강을 건너 진을 치느라 어수선했지만, 같은 이유로 공격하지 않다가, 전열을 갖추자 비로소 공격했다.

그러나 전력 차이가 컸던 송은 대패했고, 양공도 크게 다쳐 1년 뒤 죽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자신의 처지를 모르고 인을 베푼 양공의 어리석음을 '송양지인'이라는 말로 비웃었다. 그러나 맹자는 이를 진정 어진 이의 자세라며, 춘추시대 최고의 임금을 꼽은 5패 안에 양공을 넣었다.

요즘 차기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 방식을 두고 말이 많다. 철저하게 보안을 지킨 탓에 발표 직전까지 완전히 가려져 있은 탓이다. 당선인의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미리 흘렸다가 야당과 일부 여론의 집중포화로 중도에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있었는지 모른다.

인사에 대한 반대 세력의 발목 잡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야당은 이번 인사의 몇몇 인물에 대해 극렬하게 반대하지만, 그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의 코드 인사를 돌이켜보면 모양새가 그리 좋지만은 않다.

당선인은 앞으로 수없이 인사를 하고, 정책을 세워야 한다. 그때마다 '소통과 탕평 인사'라는 공약 실천 문제와 함께 야당과 반대 세력의 공격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렇지만 이상과 현실의 갈림점을 판단하는 것은 당선인의 몫이다. 그리고 그 판단의 기준은 당리당략이나 지역 안배가 아닌 국민의 행복에 있어야 한다.

송 양공은 인(仁)을 실천했을지는 몰라도 정작 나라와 백성은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한 번의 인의 실천으로 이상에 대한 명분을 세웠으면, 이에 매달려 현실을 무시하는 어리석음은 저지르지 말았어야 했다. 앞으로 당선인의 행보는 이상과 현실의 적절한 조화로, 한쪽에 치우친 '송양지인'의 되풀이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