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꽁꽁' 農心 '냉가슴'…시설재배 농가들 직격탄

입력 2013-01-05 09:28:11

폭설·한파에 생육부진…난방비 감당 못해 울상

봉화읍 화천리에서 거베라를 재배하는 이조남(77
봉화읍 화천리에서 거베라를 재배하는 이조남(77'여) 씨가 한파 피해를 입고 시들어가는 꽃들을 지켜보며 한숨을 짓고 있다. 마경대기자

"난방비를 감당하지 못해 겨울 농사를 포기해야 될 것 같습니다."

40년 만의 한파가 닥치면서 경북지역 상당수 시설작물 재배농가들이 생육 부진과 출하량 감소, 난방비 급증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화훼농가를 비롯해 참외, 수박, 오이, 가지, 딸기 등은 냉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영하 20~25℃를 오르내리는 한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4일 오후 찾은 봉화군 화천리 박지훈(40) 씨의 화훼시설. 연일 계속되는 한파로 난방비를 감당하지 못한 박 씨는 망연자실한 채 시들어가는 꽃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박 씨는 "하우스 내부 온도를 맞추려면 평소의 2, 3배 가까이 난방비가 들어가 보일러 가동을 멈췄다"며 "잦은 폭설까지 겹쳐 일조량이 부족해 꽃 생산량은 줄고 난방비는 늘어 농사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겨울철 시설 오이 주산지인 상주지역과 문경지역에서도 오이 하우스재배 농가들이 한파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오이를 재배하는 전체 650농가 중 350농가가 겨울철 시설오이에 참여하고 있는데, 재배농들은 난방비 부담 때문에 환기를 자주 못해 병해충과 생육장애 현상까지 겹쳐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30~40%가량 줄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문경시 가은읍에서 7천㎡ 규모의 시설오이를 재배하고 있는 윤재익(62) 씨는 "최근 한 달간 하루 난방비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지출되고 있다"며 "하루 생산액보다 하루 난방비가 더 많이 들어 기가 찬다"고 했다.

칠곡지역도 국화'글라디올러스 등 화훼농가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고, 오이와 가지 등 시설하우스 재배농가들도 한숨을 내쉬고 있다.

김성호(47'여'왜관읍 금남리) 씨는 "한파와 잦은 강설에 따른 일조량 부족으로 출하량과 가격이 지난해 대비 80% 수준에 머무르고, 난방비는 예년에 비해 30% 정도 더 들어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했다.

예천읍 고평리 하종성(46) 씨의 오리 농장에서는 2일 축사 1동(392㎡)이 15㎝까지 쌓인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전기가 끊기는 바람에 오리 2천여 마리가 얼어 죽었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오리 축사로 연결된 지하수 배관이 얼어붙어 오리 5천여 마리가 집단 폐사하기도 했다.

포도 주산지인 경산과 영천지역 농가들도 한파로 인한 생육장애와 유류비 부담을 하소연하고 있다.

경산시 남산면에서 1만2천여㎡의 시설하우스에 포도농사를 짓고 있는 김성환(50) 씨는 "가뜩이나 자재대와 기름값이 오른 상황에서 눈이 자주 내리고 한파로 인해 포도 생육에 지장을 주고, 난방유가 지난해보다 10%가량 더 들어 농사짓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고령과 성주지역 참외, 수박, 딸기 재배농가들도 한파로 생육에 큰 지장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수확이 시작되는 3월 이후 생산량 급감 등에 따른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의성의 마늘과 양파의 경우 쌓인 눈이 보온 역할을 해 냉해를 입지 않았고, 복숭아, 감, 대추 등도 겨울철 동해 한계온도가 영하 20~27도여서 당장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희대'김진만'마경대'고도현'권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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