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중도포용 vs 선명야당' 노선경쟁 점화

입력 2013-01-04 11:07:26

대선패배 원인 분석 따라 향후 진로 처방도 달라

민주통합당의 내홍이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대선 패배의 책임 소재를 두고 당내 계파 간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향후 당의 진로를 두고서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민주당 내에선 중도진영을 끌어안는 행보로 나아갈 것이냐, 아니면 선명 야당의 길을 걸을 것이냐를 두고 노선투쟁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 대선을 통해 나타난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요구를 당이 적극적으로 소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기존 진보'개혁 노선을 강화해 지지층 결집을 도모해야 한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이종찬 상임고문은 3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제는 분명하게 노선 수정을 해야 한다"며 "좌클릭으로 가는 것을 중지하고 중도에 있는 분도 같이 갈 수 있는 새로운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상임고문은 이어 "총선에서 실패했는데도 잘못된 노선을 대선까지 유지해 결과적으로 표가 안 나온 것"이라며 "이런 노선으로 그냥 가면 앞으로도 선거 때마다 민주당에 대한 기대는 점점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철 의원도 달라진 유권자들의 정치적 지향을 당이 정확하게 파악하고 당의 진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70%가 넘는 유권자들이 자신을 보수(37.5%) 또는 중도(36.0%)성향이라고 밝힌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변화에 상응한 대처 없이는 선거에서의 승리도 힘들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개혁'진보의 색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참여연대 사무처장 출신인 김기식 의원은 당내 일각에서 대선 패배의 요인으로 민주당의 좌클릭을 문제 삼자 "원인진단이 잘못됐을 뿐만 아니라 당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정청래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제주 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당 지도부와 정면으로 맞서기도 했다.

이들은 '중원으로 진출'은 지지 기반을 확고하게 다진 후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하며 민주당이 유권자들에게 정책 측면에서 새누리당과의 차이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비상대책위원장 인선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계파색이 엷으면서도 당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강단 있는 인사를 찾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당내에서 '조기 전당대회 불가피론'이 부상하면서 비대위원장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어 인선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짧으면 두 달, 길어도 5개월에 불과한 비대위원장 임기 때문에 중량감 있는 중진들이 섣불리 나서지 않는 이유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박기춘 원내대표는 9일 비대위원장 선출을 공언했다. 박 원내대표는 3일 고위정책회의에서 "오늘 상임고문단을 시작으로 원내대표를 역임하셨던 분, 시'도당 위원장, 초선 의원을 비롯한 관심 있는 의원들의 미니 의총 등을 통해 비대위원장 인선에 관한 지혜를 듣고 있다"며 "9일 오전 10시 30분에 국회의원-당무위원 연석회의를 개최해서 비상대책위원장을 새롭게 선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선 원혜영'박영선 의원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명되고 있지만 원 의원은 '전투력', 박 의원은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추대까지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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