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몰래 데려온 '아깽이'…오자마자 구석 숨어 하악~질
어렸을 적부터 동물을 참 좋아했다. 모든 복슬복슬한 동물들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만면에 미소가 피어오르게 만들었다.
그러나 동물을 키우고 싶어 하는 나에게 어머니는 '책임감'에 대해서 언급하시곤 했다. "동물은 생명체야. 예쁘다고 무작정 데려올 게 아냐. 네가 하나부터 열까지,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거면 애초에 키울 생각을 하지 말아라."
늘 안 된다는 말에 그저 섭섭하기만 했던 나는 2006년 10월 23일. 드디어 몰래 고양이를 입양하는 사고를 치고 말았다. 어릴 적부터 읽었던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나도 모르게 고양이를 동경하고 있던 터라, 여러 반려동물 중 고민할 여지없이 고양이를 선택했다.
고양이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가입했던 인터넷 카페의 분양 게시판을 약 한 달여간 훑어보았고, 여러 번의 고민 끝에 결정된 녀석은 내가 좋아하는 털이 복슬복슬하다 못해 넘실거리는 태어난 지 4개월 된 '아깽이'(아기 고양이를 지칭하는 말)였다.
달콤한 크림색 털이 넘실거리는 그 녀석에게, 내가 좋아하던 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묘(妙)한 고양이의 이름을 따 '체셔'(Cheshire)라고 지어주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이동장이 미처 도착하지 않은 터라, 동물을 다루는 법도 모르던 내 품 속에 안겨 한 시간 동안 도시철도를 타고 오는 내내 체셔의 심장은 낯선 공간과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에 요동쳤다. 집에 도착 후 바로 옷장 틈새로 들어가서 어김없이 하악질(고양이가 경계하거나 공격 의사를 표시할 때 내는 소리)을 해댔다. 여기까지는 내가 미리 예상한 그대로였기에 놀라지 않았다. 그러나 '며칠 지나야 긴장을 풀겠지?' 하며 조바심내지 않기로 한 내 앞에서 그 녀석은 아깽이 특유의 태평함으로 언제 경계했느냐는 듯이 어처구니없게 내 앞에서 배까지 발라당 까뒤집고는 잠이 들었다.
집에 돌아오면 늘 녀석은 내 의자에 앉아 낮잠을 취하던 그 모습 그대로 졸린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나를 반겨주었다. 녀석은 사람 말귀 다 알아듣는 영물(英物)임과 동시에, 때로는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제 마음대로 하는 고집불통, 요지부동의 독불장군이기도 하며, 때로는 넘치는 애교에 가족 모두 넘어가게 만드는 마성(魔性)의 매력냥이다.
우리 가족들과 함께하며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가족들의 어조에 반응하고, 집에 돌아오면 너나 할 것 없이 가장 먼저 찾고, 가장 먼저 반겨주는, 서로가 서로의 패턴에 너무나도 익숙해진, 명실공히 서로의 짝이 되는(반려'伴侶), 서로에게 필요한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사이가 되었다.
장희정(동물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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