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꼼수…헌정회 지원금 128억 슬쩍 통과

입력 2013-01-03 10:18:38

여야가 제19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부르짖었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허울 좋은 '선거용'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해 4'11 총선을 전후해 '특권 내려놓기' 경쟁의 일환으로 의원연금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여야가 해를 넘기면서 처리한 올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은근슬쩍 헌정회 지원금 128억여원을 그대로 통과시킨 것이다.

의원연금은 전직 의원들의 모임인 헌정회가 만 65세 이상 전직 의원들에게 매달 120만원씩 지급하는 '연로 회원 지원금'이다. 회원들이 사전에 낸 돈이 아니라 모두 국민 세금으로 충당한다. 회원들의 재산이 많고 적음은 따지지 않고, 특히 비리 혐의로 처벌을 받았더라도 형 집행이 끝났거나 면제되면 받을 수 있다. 의원연금을 두고 '퍼주기 지원금'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특히 이번 19대 국회에서는 여야가 대선 정국을 앞두고 경쟁적으로 국회개혁과 정치쇄신안을 내놨지만 정작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의원연금 폐지를 담은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은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김천)과 이용섭 민주통합당 의원이 각각 발의했지만 해당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게다가 의원겸직금지 관련 법안과 불체포특권'면책특권 축소 관련 법안도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대선 기간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의 제안으로 촉발된 의원 정수 축소안 역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열어 논의해야 한다'는 원론적 방안만 나온 상태다.

이 때문에 해를 넘겨 예산안을 처리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야기한 19대 국회가 첫해부터 정작 '해야 할 일'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사상 최악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18대 국회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던 19대 국회가 첫해부터 불량 국회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며 "국회 쇄신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국회에 주어진 기본적 임무에 충실하고 국민에게 약속한 사항을 반드시 지킨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