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시기인 2012년 9월을 훌쩍 지난 애니메이션 '늑대아이'가 아직도 극장에 상영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필자는 곧장 상영관인 필름포럼으로 향했다. 이화여대 후문과 연세대 동문회관 사이에 있는 이 극장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서울기독교영화제가 확장한 '서울국제기독영화제 전용관'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하 1층 극장의 2관으로 들어섰을 때 필자는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일요일이기는 했지만 개봉한 지 몇 달이 지난 영화의 상영관이 거의 빽빽이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를 이을 명장으로 자리매김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이라는 기대치가 개관한 지 1년도 안 된 서울 강북의 자그마한 영화관으로 관객을 이끈 것이다.
평범한 여대생이 강의실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늑대인간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가 불의의 사고로 죽게 되면서 남겨진 아이들을 홀로 키우게 되는 이야기로 이루어진 이 영화는 감독의 풋풋한 아날로그 감성과 순수하면서 환상적인 요소들이 결합하여 따뜻하고 신비스러운 모습으로 스크린에 펼쳐진다.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그림체 역시 이 작품의 매력인데 감독이 수석 애니메이터 시절 맡았던 작품이 국내에서도 지상파에 방영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세일러문' 극장판이고 초기 연출작들이 '원피스', '디지몬 어드벤처' 시리즈임을 생각하면 이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는 사실 2005년에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연출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가 다시 하야오의 손으로 넘어가면서 오히려 지브리 스튜디오가 아닌 자신만의 스타일로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썸머 워즈'를 연출하며 200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평범한 여인이 늑대 아이들을 양육하는 이야기를 다룬 보석 같은 영화 1편을 국내 관객에게 소개하게 된 것이다.
사실 극장의 관람 환경은 소규모 전용관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훌륭한 편이 아니었다. 극장 위층의 패밀리 레스토랑 의자 끄는 소리가 쉴 새 없이 천장에서 들리고 화면이나 사운드 역시 우수한 편이라 보기에는 한참 부족했다.
하지만 그런 환경이 훌륭한 영화 상영에 지장을 주지는 못했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관객들이 행복해하고 영화가 끝날 무렵에 관객 대부분이 울고 있는 영화는 참으로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극장이 상영작을 선택한 순간, 이미 공간을 뛰어넘는 선물을 관객에게 준 셈이다.
김삼력<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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