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배출 법학전문대학원 순항할까?

입력 2013-01-03 07:50:15

변호사 122명 배출…합격률은 전국 평균 이하 '하위권'

경북대
경북대'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이 1기생을 배출한 가운데 앞으로 법조인 양성 요람으로 자리 잡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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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반 우려 반으로 출발했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1기생이 지난해 말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들이 진출한 곳은 법무법인, 기업 취업, 검사, 로클럭, 변호사 개업 등 다양하다.

로스쿨 출신의 첫 사회 진출이다 보니 이들의 진로와 적응 등 성공 여부에 대한 관심도 높다. 로스쿨의 순항 여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 실제 로스쿨 출신 검사의 여성 피의자 성추문으로 한때 홍역을 치르며 '로스쿨 폐지' 여론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첫 결실을 맺은 '로스쿨 1기 성적표'를 지역 로스쿨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지역 로스쿨 1기생 성적표

대구경북의 로스쿨은 경북대, 영남대 두 곳으로 경북대는 120명, 영남대는 70명을 각각 1기생으로 뽑았다. 경북대는 이중 101명이 졸업했고, 100명이 변호사 시험에 응시해 75명이 합격했다. 영남대는 70명 중 58명이 졸업했고 47명이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경북대와 영남대의 합격률은 각각 75%와 81%로, 전국 로스쿨 합격률 87.6%에 못 미쳤다. 전국 25개 로스쿨 중 22위와 19위로 합격률 하위권에 맴돌았다.

영남대는 합격자 중 가장 많은 10명이 법무법인에 둥지를 틀었고, 9명은 교육청'고용노동부 등 국가 및 지자체에 취직했다. 다음으로, 법률사무소 7명, 기업 취업 6명, 재판연구원(로클럭'law clerk) 5명, 개인 변호사 개업 5명, 에너지관리공단'예금보험공사 등 공기업 2명, 진학 2명, 대한변협 법률구조공단 1명 등의 순이었다.

경북대는 법무법인이 25명으로 가장 많고, 법률사무소 14명, 기업 취직 9명, 국가 및 지자체 8명, 재판연구원 5명, 개인 변호사 개업(예정 포함) 4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 공기업, 법무관, 학교, 미취업 등은 각 2명, 검사와 법률구조공단 각 1명이었다.

◆전공'직업'나이 등 다양성 부족

다양한 분야의 직무경험이 있는 법무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게 로스쿨 시행의 주요 이유 중 하나였다. 다양한 경력, 전공자를 통해 전문 분야 강화 등 법조인들을 다양화하겠다는 것.

그러나 실제 다양성을 끌어내는 데는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남대는 정원 70명 중 절반에 가까운 33명이 법학 전공자였고, 이전에도 사법시험에 많이 응시했던 인문사회 계열이 21명이나 됐다. 상경대는 6명, 공학 4명, 사범대 3명, 자연대 2명, 약학 1명에 그쳤다.

경북대도 120명 중 인문사회(32명), 법학(27명) 전공자가 가장 많았고 공학 23명, 상경 15명, 자연 13명, 사범 6명, 의학 2명, 약학 및 예체능 1명 순으로 나타났다.

나이 역시 대다수가 34세 이하로, 다른 직업을 갖고 수년간 사회생활을 하며 경력을 쌓았을 것으로 보이는 연령대인 35세 이상은 대구경북 로스쿨 입학생 190명 중 20명뿐이었다.

◆경쟁률 하락 및 유출 심각

로스쿨 경쟁률 하락도 눈에 띈다. 경북대는 2013학년도 경쟁률 3.53대 1을 기록, 전년 4.02대 1보다 낮아졌고, 영남대도 4.46대 1로, 전년도 6.06대 1보다 떨어졌다. 전국적으로도 2013학년도 4.31대 1의 경쟁률을 보여 로스쿨이 처음 시행된 2009학년도 6.84대 1 이후 가장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로스쿨 자퇴생도 적잖아 2009~2012년 4년간 경북대가 20명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고, 영남대도 14명이나 됐다. 이 기간 전국 자퇴생 수는 310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 로스쿨 입학생 중 다른 지역 출신이 많고 또 수도권 선호 경향도 강하다 보니 졸업 후 지역을 떠나는 유출 현상도 두드러졌다. 경북대 경우 입학생 120명 중 서울 출신이 47명으로 대구 39명, 경북 10명보다 많았고, 경기(13명), 경남'충북(3명), 부산(2명), 대전'울산'인천(1명) 등 출신지가 다양했다.

지난해 말 대구변호사회에 회원으로 등록한 변호사도 26명뿐이었다.

◆실력과 학점 딜레마

로스쿨 교육 과정을 보다 전문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명색이 전문대학원, 전문가 양성 과정인데 대학 학부 과정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교육 과정만 따라가도 의사국가고시를 치고 자격증을 따는데 충분한 전문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것처럼 로스쿨도 교육 과정을 보다 전문적이고 강도 높게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변호사 시험 성적을 미공개로 하다 보니 우열을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객관적 자료와 잣대는 '학교 성적'뿐이어서 검사, 로클럭, 대형 로펌 등 원하는 곳으로 가려면 학교 성적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현실 개선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로스쿨 출신들에 따르면 전문 교육 과목보다 점수 따기 쉬운 과목이나 교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법률 서비스 향상 기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법조계에선 변호사 가치가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크지만 국민 입장에선 오히려 대국민 법률서비스 수준이 더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크다. 변호사가 많아지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동시에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법률 상담 및 소송을 할 수 있는 등 법률시장 문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 또 다양한 분야의 직무 경험을 가진 법조인들이 많아져 전문 분야가 강화되는 장점도 있다.

로스쿨 출신 한 변호사는 "예전처럼 변호사 자격증만 있다고 편하게,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는 없겠지만 다른 직업에 비해 여전히 틈새가 많은 만큼 시장을 개척하면서 열심히 하면 경쟁력과 장래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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