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내린 폭설로 사상 최악의 출근길 대혼란이 빚어졌지만 대구 시내 전역에서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민들의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시민들은 낙제점 수준의 제설 대책에 분통을 터트렸다. 서울 등 일부 도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SNS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등 제설 매뉴얼을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2.5cm 눈에 대구시내 마비= 28일 대구시내는 완전히 마비됐다. 동대구로, 달구벌대로 등 대구시내를 관통하는 주요 간선도로마저 주차장으로 변해 사실상 모든 도로가 제 기능을 잃었다. 무더기 지각 사태와 함께 교통사고가 속출했다.
이날 오전 6시 30분 대구 수성구 사월동에서 출근길에 나섰던 정유근(41) 씨는 오전 8시쯤 청구네거리 인근에 자가용을 주차해두고 걸어서 중구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했다. 정 씨는"달구벌대로는 괜찮을 것이라 여겼던 게 오판이었다"며 "제설작업이 되지 않은 거북이걸음으로 운행하다 운전을 포기했다"고 했다.
이날 하루 매일신문에는 시내 주요 간선도로에서 발이 묶인 운전자 등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시민들은 "이미 눈이 온다고 예보됐고 10cm 안팎의 많은 눈이 내렸는데 간선도로마저 왜 제설작업이 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더 화가 나는 건 제설작업을 하는 공무원이나 차량이 전혀 눈에 띄지 않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낙제점 수준의 제설 행정= 이날 대구시와 구'군청은 제설작업에 맹점을 드러냈다. 전날 많은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준비부터 소홀했다. 대구시가 대설주의가 내려진 이날 오전 4시에 투입한 인력과 살포기 등 제설장비는 각각 476명과 54대에 그쳤다. 오전 7시가 넘어서야 인력 1천920명과 살포기 등 제설장비 111대를 투입했다. 대구시는 2012년 겨울철 도로분야 설해 예방대책에서 적설량 5cm 이상의 대설주의보 발령 땐 3천217명의 제설 인력을 투입하기로 계획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구'군청은 뒤늦게 공무원들을 소집했지만 공무원들조차 길이 막혀 제 시간에 출근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풍경이 벌어졌다. 재난관리매뉴얼에 따르면 제설 작업은 눈이 쌓이기 전에 처리하는 게 보통이다. 눈이 쌓이면 녹이기 힘들어지기 때문. 특히 차량 정체가 심화되면 제설차량이 접근할 방법조차 없다. 동구청 관계자는 "오전 9시쯤 6cm의 적설량을 기록할 정도로 쉴 새 없이 눈이 내려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며 "특히 주요 간선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해 제설작업 차량을 충분히 투입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제설 시스템 다시 짜야= 시민들은 대구시와 각 구'군의 현장 행정이 엉망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설차량이 어느 곳에서 움직이고 있는지, 어느 곳에서 우선 제설이 이뤄져야 하는지 행정당국이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난관리담당자는 "재난관리매뉴얼을 다시 짜야 할 판이다. 솔직히 10cm 이상 눈이 쌓이면 통제 불능 상태"라며 "염화칼슘 등 제설용 장비 확보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폭설 등 재난에 대비해 SNS 등을 활용하고 있는 서울 등 다른 도시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부터 서울시는 소셜미디어센터(SMC)를 운영하면서 SNS로 서울시내 곳곳에 있는 시민들의 현장 얘기를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고 제설 상황도 즉각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276대의 제설 차량에 GPS를 달아 이동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 뒀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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